[취재수첩] 사과하고 돌아서서 남탓 하는 쥬씨
쥬씨는 저가 주스 시장 1위 프랜차이즈다.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가맹점만 650개에 달하는 대형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용량과 MSG(글루탐산 일나트륨) 첨가가 문제가 됐다. 쥬씨가 1L라고 홍보한 대용량 주스는 800mL 안팎밖에 되지 않았다. 또 “식품첨가제를 넣지 않은 천연주스를 판다”고 했지만 MSG가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장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논란도 확산됐다.

쥬씨는 발 빠르게 대응했다. 지난달 말 가맹점을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문을 통해 사과문도 발표했다. 윤석제 쥬씨 대표는 사과문에서 “당분 및 가맹점 관리 미흡 문제로 심려를 끼쳐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 가맹점 확보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쥬씨는 이런 사과를 뒤집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쥬씨 홈페이지에 가면 ‘잘못된 언론 보도에 절대 속지 마세요!’라는 팝업광고가 떠 있다. 그 밑에는 청포도주스, 토마토주스, 자몽주스 등 아홉 가지 주스에 들어가는 과일의 양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제대로 만들고 있다는 메시지다. 일부 가맹점은 ‘대자본과 거대 언론의 신생기업 죽이기 반대합니다’라는 글씨가 적힌 빨간색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쥬씨는 책임을 언론과 대기업에 떠넘기고 있다. 하지만 논란은 이들이 만든 게 아니다. 용량 문제는 소비자들이 소비자연맹에 “용량이 1L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MSG 논란은 정부가 ‘설탕과의 전쟁’을 통해 국민의 당류 섭취를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쥬씨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저가 주스 전체를 겨냥한 것이다. 모두 소비자 권리와 관련된 사안이었다.

그러나 쥬씨는 공개 사과한 지 1주일 만에 모든 논란을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 쥬씨는 ‘양 많고 질 좋은 과일주스를 싸게 마시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사업화해 고속 성장했다. 식품 대기업들이 생각하지 못한 혁신적 시도였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 보여준 태도는 혁신적 신생기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은빛 생활경제부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