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공장의 연간 생산규모를 30만 대에서 35만 대로 늘렸는데도 올해 공급이 모자랄 정도로 가동률 100%를 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체코 오스트라바 노소비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유럽공장을 찾았을 때 만난 김승도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i30, ix20, 투싼을 이 곳에서 생산하는데 3교대로 가동해도 물량이 모자란 만큼 올해말까지 35만대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내 공장이 파업 등으로 몸살을 앓을 때 유럽 공장은 가동률이 100%에 달한 셈이다.

바쁘게 공장이 돌아가는 배경은 현대차의 유럽 내 판매증가 덕분이다. 유럽자동차연합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현대차의 유럽 판매실적은 35만3,829대였고, 2012년에는 37만 대를 넘겼다. 2014년엔 유럽 경기 위축으로 판매가 전년과 비슷한 37만 대에 머문 뒤 지난해 다시 40만 대를 돌파했다. 잠시 숨고르기를 했으나 최근 6년동안 판매증가가 계속된 것. 올해도 상반기는 나쁘지 않다. 26만1,586대를 판매해 지난해 동기보다 10.2% 증가했다. 상반기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는 유럽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45만 대 판매를 넘어설 전망이다.

[르포]현대차, 유럽시장 책임지는 체코공장

이 같은 판매증가를 적극 뒷받침한 곳은 체코 노소비체공장이다. 이 곳은 현대차의 유럽 심장부로, 완성차 1대를 만들 때 걸리는 HPV(Hours Per Vehicle)가 14.6시간에 불과하다. 한국의 26시간에 비하면 생산성이 두 배 정도 좋다. 실제 밀려오는 주문을 최대한 빨리 소화하기 위해 공장 곳곳에 '함께 가자'는 문구가 걸릴 정도다.

그런데 체코공장의 생산차종을 모두 유럽 내에서 소진하는 건 아니다. 유럽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으로 수출한다. 공장을 방문한 날에도 호주에서 다양한 자동차미디어가 찾아와 취재에 여념이 없었다. 현대차 호주법인 필 톰슨 홍보담당은 "호주에서 투싼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어 관련 미디어들과 함께 생산지인 노소비체를 방문하게 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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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협력업체의 동반진출이다. 김 부장은 "현대차뿐 아니라 협력사가 같이 진출해 자동차산업 클러스터를 만들었는데, 현대차 소속은 3,500명이지만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7,000명 이상의 고용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처럼 높은 생산성의 비결은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공장자동화다. 공장 책임을 맡은 피터 바넥 이사는 "성장중인 유럽과 해외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인허가 등의 조치를 미리 취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지역 고용도 더 많이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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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공장이 체코에 있는 만큼 체코 내에서의 시장점유율도 증가하고 있다. 서병권 현대차 체코 판매법인장은 "지난해 체코에서 2만여 대 판매를 이뤄내 점유율을 9.5%까지 높였다"며 "판매순위는 스코다에 이어 2위로, 폭스바겐을 앞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자신감은 프라하에 위치한 판매점에서도 확인했다. 프라하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현대차 판매점 도멘스키 사장은 "체코에서 현대차 브랜드 인지도가 확실히 높아지고 있다"며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는 점도 판매를 늘리는 요소"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최근 제네시스를 내놓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점도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현대차의 유럽공장은 현지에서도 성공의 대표적인 예로 회자되고 있다. 정확히 10년 전인 2006년 7월 법인 설립 후 2008년 11월 1세대 i30 양산을 시작으로 매년 생산을 늘리고 있어서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2010년 ix20과 2012년 2세대 i30, 지난해 3세대 투싼 등 생산차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현지 생산, 현지 판매'로 유럽시장의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현대차의 기본전략이 맞아떨어진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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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증대에 따라 체코공장의 수출국 수도 늘고 있다. 이 공장의 최대 수출국은 연간 5만 대를 소화하는 독일이다. 이어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호주, 터키, 오스트리아 등이 순위에 올라 있다. 호주를 제외하면 대부분 유럽이지만 중동과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지역 등으로 수출지역을 넓히고 있다.

김 부장은 "유럽 현지화 전략으로 시작했지만 필요하면 어디든 수출하는 게 기본"이라며 "공장의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수출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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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체코 현지에서 목표로 삼은 전략은 뚜렷하다. 빠르고 체계적인 생산 시스템을 갖춰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자는 것. 10여 곳이 넘는 협력사가 노소비체 인근에 모두 동반진출한 것도 공급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실제 공장 곳곳을 오가는 동안 함께 진출한 국내 협력사 근로자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김 부장은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며 "수시로 협력사와 논의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예방조치에 초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유럽공장을 통해 앞으로 만들어 갈 미래는 분명하다. 유럽 소비자의 취향을 적극 파악, 새롭게 개발하는 차 또한 필요하면 현지 생산한다는 얘기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현지화가 중요하고, 현지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김 부장은 "처음 공장을 만들었을 때 지역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현대차가 많은 지원을 받는다"며 "이런 밀접한 교류가 바로 현지화의 기본이고, 그래야만 공장도 지속 성장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현대차가 체코 공장의 한국 근무자를 조금씩 줄이면서 현지인을 우선 채용하는 것도 이른바 현지 밀착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체코공장의 생산은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사 모두가 비전 공유를 철저히 하고 있는 덕분이다.

공장을 나온 후 바넥 이사의 한 마디가 귓가를 맴돈다. "목표달성의 원천인 3,400명의 직원 모두에게 감사하다. 그래서 회사는 언제나 보상방법을 고민한다". 실적과 무관하게 늘 갈등의 연속이 계속되는 한국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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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비체(체코)=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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