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파리모터쇼가 개막했다. 늘 그렇듯 각 브랜드마다 다양한 신차와 컨셉트를 앞세워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방법은 크게 전기 동력, 자율주행, 그리고 이동수단의 다양화로 모아진다. 폭스바겐과 벤츠 등이 미래비전으로 전기 동력을 내세웠다면 르노는 미래 이동 수단, 그리고 아우디, 시트로엥 등은 자율주행을 알리기에 바쁘다. 그래서 2016 파리모터쇼의 트렌드를 한 마디로 정의하라면 '다양화(diversification)'로 규정할 수 있다.

[칼럼]서행하는 친환경, 과속하는 자율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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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같은 다양화는 사실 특정 브랜드가 주도하는 게 아니다. 자동차산업 전체의 흐름이 그렇다는 얘기다. 먼저 주목할 점은 동력의 다양화다. 폭스바겐 I.D 컨셉트를 비롯해 BMW Xe 컨셉트, 메르세데스 벤츠 EQ 컨셉트 등은 전기 동력의 활용성이 작은 차에서 세단을 넘어 이제는 SUV로 옮겨 갔음을 보여주었고, 르노가 오래 전부터 보급해 온 초소형 전기 이동 수단 트위지는 이제 익숙하기만 하다. 이에 맞서 토요타는 '미라이'를 필두로 수소에너지를 동력으로 삼자는 제안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개념의 내연기관과 전력 구동체, 그리고 수소동력 시스템을 모두 통칭해 '추진체(propulsion)'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A에서 B까지 바퀴로 이동하는 것을 모빌리티(Mobility)라 하고, 움직이는 동력은 추진체로 부르자는 제안이다. 인피니티가 새롭게 공개한 VC-터보 엔진이 전통적인 내연기관의 진보라면 주행거리를 400㎞까지 늘린 르노의 조이(ZOE) EV는 전력의 진화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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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력의 다양화는 기반 시설 병행이 필수 요소다. 그래서 자동차회사가 '빨리 가자'고 외쳐도 원하는 만큼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배출가스를 규제가 다르고, 각 나라마다 조건과 기반시설 또한 다르고, 이동 패턴도 일치하지 않아 새로운 동력원 선택에 따른 친환경 전환의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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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조사마다 먼저, 그리고 빨리 갈 수 있는 분야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바로 통신 기반의 '연결성(Connectivity)'이다. 무엇을 자동차에 연결할지, 어떤 정보를 운전자에게 주는 게 유용할 것인지 기업마다 자체적인 판단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어서다. 게다가 연결의 대상과 방식은 자율주행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동차회사마다 연결성의 차별화가 한창이다. 파리모터쇼에 참석한 메르세데스 벤츠 디터 제체 회장은 "자율주행 경쟁에서 벤츠를 최고로 만들겠다"며 "기계 뿐 아니라 자동차의 지능에서도 앞서 가겠다"는 포부를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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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 번째 다양화는 이동의 수단이다. 르노의 트위지를 비롯해 토요타 등도 초소형 이동 수단을 전시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떻게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인간의 이동 본능을 여러 이동 매개체로 충족시킴으로써 산업 영역을 확장하는 일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에 주력할 수밖에 없지만 기업 존속을 위해선 미래 세대의 '탈 것(Riding things)'을 준비해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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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2016 파리모터쇼는 자동차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되는 중요 전환점이 아닐 수 없다. 전반적인 디자인 트렌드는 화려함이지만 그 속에는 이동의 실용성을 고려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리고 변화는 할 수 있는 것부터 빠르게 진행 중이다. 그래서 EV 기반의 친환경이 서행이라면 자율주행은 과속처럼 느껴진다.

[칼럼]서행하는 친환경, 과속하는 자율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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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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