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동력계를 일컫는 파워트레인(powertrain)이란 말은 이제 구식이다. 기존 내연기관은 물론 다양한 동력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GM은 프로펄션(propulsion, 추진) 시스템이란 용어로 이를 대체하고 있다. 모든 유형의 엔진과 변속기는 물론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우리가 해야 할 미래 작업의 총체적 영역을 프로펄션 시스템의 개념으로 정의하고, 내연기관차와 배터리 전기차 등이 공존하는 자동차 생태계의 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게 목표다"

댄 니콜슨 GM 글로벌 프로펄션 시스템즈 부사장이 방한했다. 27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16 세계 자동차공학회(2016 FISITA)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댄 니콜슨 부사장은 2017년부터 2년간 FISITA 회장직을 역임하게 된다. FISITA는 '자동차 업계의 UN'으로 불리는 각국 자동차 공학회의 연맹이다.

기름, 전기, 수소 동력의 총칭은 '추진(propulsion)'

니콜슨 부사장은 FISITA 차기 회장으로서 세계 자동차 엔지니어링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GM 임원으로서 최근 회사가 내놓은 볼트(Volt)와 말리부 하이브리드 등 전기동력 기술 및 동력계 개발 전반을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됐다. 28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를 통해 최근 GM 동력계의 기술 발전 방향과 차별점, 향후 계획 등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황준하 한국지엠 전무도 동석해 기술 개발 동향 등을 설명했다. 다음은 댄 니콜슨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한국에 선보인 볼트(Volt)는 독특한 기술이 적용됐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이 동시에 탑재되고,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전기로 움직이는 거리가 길다는 점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유사한 점도 있다. 그러나 GM은 주행거리 연장차(레인지 익스텐더, EREV)라는 고유의 용어를 사용한다. 차이점이 무엇인가? 또 볼트만의 장점이 있다면?
"순수 전기차는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가 짧다. 볼트 개발 당시 이용자들이 전기차에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레인지 익스텐더를 개발하게 됐다. 우리는 볼트의 컨셉트 자체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자부한다. 아직 전기차 충전 시설이 충분치 않지만 볼트는 걱정 없이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에 출시된 볼트는 2세대 완전변경차다. 한 번 충전하면 전기만으로 최대 89㎞ 주행할 수 있다. 일정한 스케줄로 움직이는 통근·통학 시 볼트는 빛을 발한다. 일과시간 동안 충전하면 가솔린을 쓰지 않고 전기동력만으로 충분히 움직일 수 있어서다. 또 볼트는 전기모터가 중심이다. 엔진 작동이 잦은 PHEV보다 전기차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전기차 특유의 경쾌한 주행 성능도 매력적일 것이다.

미국에선 볼트 이용자들이 주행의 90% 이상을 EV모드만을 사용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볼트 구매자들이 서로 동호회를 만들고, 주유 없이 얼마나 멀리 주행할 수 있는지 겨루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환경에 기여하려는 의지도 있고, 볼트를 제대로 이해한 결과라 생각한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볼트(Volt)가 하이브리드 및 PHEV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볼트만의 장점이 있다면?
"순수 전기모드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와 퍼포먼스다. 하이브리드는 순수 전기모드로 갈 수 있는 거리와 속도가 한정적이다. 거의 항상 엔진이 가동된다고 보면 된다. 볼트는 89㎞까지 전기모드로 주행이 가능하고 시속 120㎞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다.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더라도 엔진이 개입하는 정도가 적다. 또한 엔진이 작동해도 일반적인 상황에선 전력을 공급하는 데 동력이 쓰일 뿐이다"

-부서명이 이색적이다. GM의 파워트레인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 1월 조직 이름이 변경됐다. 이전까진 GM 파워트레인 부문으로 불렸다. 파워트레인하면 엔진과 변속기가 단순히 접합됐다고 생각하는데, 프로펄션은 보다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내연기관과 변속기는 물론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등을 포함시킨다. 업무에 대한 외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부서와 조직명을 변경했다.

GM은 자동차 전장화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FISITA에 출품한 볼트(Volt)와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물론 1회 충전으로 384㎞를 주행할 수 있는 순수 전기차 볼트(Bolt) EV 등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줄 수 있다는 걸 기술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물론 하나의 솔루션이 모든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진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광범위한 시스템들을 내놓고 있다. 배출가스 규제가 엄격한 미국시장에서 1.6ℓ 디젤 엔진을 탑재한 에퀴녹스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내연기관과 각종 전기차 등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국가별, 세그먼트별로 다양한 시장의 요청에 따른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FISITA 차기 수장으로서 세계 엔지니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테슬라나 페러데이퓨처 등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들은 현재 FISITA의 회원사가 아니다. 이들의 입장은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FISITA는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이 아니다. 다른 회사들의 참여는 언제든 환영한다. 차기 회장으로서 FISTA 명예위완회를 확대할 의무도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머지않아 FISITA 리더십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테슬라와 페러데이퓨처에도 초대장을 보내겠다"

-GM이 전기차 분야의 선두라 한다면 현대나 토요타는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의 대안으로 다른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인데
"GM 역시 수수연료전지차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최근 혼다와 연료전지 공동 기술 개발을 위한 협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수소연료전지차 역시 장점이 많다. 주행 중 매연이 나오지 않는 데다 3분이면 충전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차의 성공 관건은 충전 인프라 보급일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한 가지 기술이 생태계를 압도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수소연료전지차도 고려될 것이다"

"(황준하 한국지엠 전무)이미 1세대 에퀴녹스의 수소연료전지차가 10만㎞ 이상 주행실험을 거쳤다. 그 외 모든 면에서 기술적으로 세팅을 마친 상태다. 충전 인프라 등 환경이 갖춰진다면 GM도 수소연료전지차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기름, 전기, 수소 동력의 총칭은 '추진(propulsion)'

-자동차 업계에선 과거 50년의 변화보다 앞으로 5년간의 변화가 더 클 것이란 이야기를 한다. 5년 뒤 자동차 업계가 어떻게 달라질지, 또 이런 변화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과거의 50년보다 앞으로 5년의 변화가 더 클 것이란 이야기는 메리 바라 GM 회장이 자주 언급하는 말이다. 앞으로 다가올 가장 큰 변화는 공유경제다. 직접 차를 소유하려는 사람과 카셰어링 등 차를 단지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이 공존할 것이다. 자동차 회사도 마찬가지다. 제품으로서 자동차를 생산·판매하는 건 물론 모빌리티 서비스의 역할을 충실히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자동차 OEM들도 사고의 전환을 하고 있다"

-친환경차 개발 만큼이나 기존 내연기관차의 개선도 중요하다.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개발 비중이 어떻게 되나. 또 내연기관의 개발 방향성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정확한 수치로 설명 드리긴 어렵다. 연구진들이 매우 다양한 기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프로펄션 조직 인원 8,700여 명 중 50% 이상이 전장화와 관련된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언급한대로 내연기관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분야다. 우선 이산화탄소 배출이나 연료효율 규제 등을 충족하기 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다운사이징 터보 기술은 이미 주류로 자리 잡았다. 신형 말리부에 장착된 1.5ℓ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이 다운사이징 엔진은 기존 2.0ℓ 자연흡기 엔진보다 성능도 뛰어나고 효율도 좋다. 준중형 이상 승용차에서는 이런 다운사이징 터보 기술이 대세가 될 것이다.

변속기의 다단화도 자동차 업계를 관통하는 큰 흐름이다. 우리는 전륜 9단 변속기와 10단 변속기를 개발하고 있다. 변속기의 단수가 많아질수록 연료효율을 개선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기술적인 한계나 실용성 등을 고려했을 때 10단이 최대일 것으로 본다. 그 이상은 CVT가 솔루션이 될 것이다"

-전기차 개발에서 LG와 협업을 많이 하고 있다. LG에 대한 사내 평가는 어떤가
"LG는 GM의 전기 기술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지금까지 많은 협력과 개발을 지속해오고 있다. LG는 화학과 전기 분야에서 매우 전문적이고 풍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에 중요한 배터리 분야에서도 여러 솔루션을 융합하는 훌륭한 통합 역량을 지니고 있다. 최근 GM 우수협렵업체 시상식에서 직접 LG에 상을 수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타 기업과의 협업은 리스크와 비용을 줄인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반대로 미래의 강력한 경쟁자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재 협력사들이 미래의 경쟁자로 위협이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선 답변드리기 곤란하다. 다만 자동차 업계에 변화가 지속되면서 경쟁사에 대한 시각이 계속 넓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물론 테슬라나 패러데이퓨처 등 새로운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 등 IT 기업들도 모빌리티 영역에 참여하길 원한다. GM은 급변하는 경쟁 환경을 이해하고, 제대로 인식해서 대응하고자 한다.

우리의 자세는 협력(코퍼레이션, Cooperation)과 경쟁(컴페티션, Competition)을 합친 합성어 '코페티션(Copetition)'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혼다는 연료전지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의 파트너지만 모터스포츠 분야에선 강력한 라이벌이다. 매주 월요일 인디 레이싱 대회에서 최근 혼다가 성적이 매우 좋다. 쉐보레의 팬으로서 크루즈가 시빅을 추월하길 매주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적인 질문을 하고자 한다. 신형 말리부 1.5ℓ에 오토 스탑/스타트 기능이 장착됐는데 이를 해제하는 버튼이 없다. 같은 기능을 탑재한 다른 차들은 대부분 기능을 끄는 버튼이 있다. 왜 그런가
"말리부에 적용된 오토 S&S시스템(정차 중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고, 재출발시 다시 시동이 걸리는 기능)은 효율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기능을 개발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면밀히 조사했다. 우리의 오토 S&S시스템은 경쟁사 대비 반응속도가 빠르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가속 페달로 발이 가기도 전에 작동한다. 또 반응도 매우 부드러워 소비자들이 경쟁사 대비 (이 기능의) 수용도가 매우 높다는 걸 발견했다. 직접 경험해보시면 알겠지만 말리부의 S&S 기능은 아주 부드럽게 반응하기 때문에 굳이 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부산=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