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을 사다가 집에서 자주 데워 먹는 직장인 염승연 씨(26·서울 신림동)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출근길 편의점에 들러 가장 즐겨 먹는 떡갈비 도시락을 구매한 뒤 집에서처럼 전자레인지에 넣고 2분 데웠는데 평소와 맛이 달랐기 때문이다. 용기는 찌그러졌고 반찬은 수분이 거의 다 날아가 바짝 말라 있었다.

똑같이 전자레인지에 데웠는데 왜 음식 맛과 상태가 다를까.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이나라 간편식품팀 상품기획자(MD)는 “보통 가정용 전자레인지는 출력이 700W인 반면 편의점은 1000W”라며 “출력에 따라 조리시간을 달리해야 최적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 열풍에 도시락 판매가 급증하면서 업체들은 과거보다 질 좋은 제품을 내놓기 위해 고려하는 게 많아졌다. 식품연구원들은 도시락을 출시하기 전 소비자의 구매 예상 시점과 같은 환경에서 비슷한 시간만큼 냉장 보관한 제품을 각각 다른 출력의 전자레인지에서 데워본 뒤 조리 시간을 결정한다.

BGF리테일은 1차적으로 자체 고용한 밥 소믈리에, 면 전문가, 셰프, 영양사 등으로 구성한 연구팀이 조리 방법과 시간을 결정한다. 이후 MD와 임직원이 돌아가면서 맛본 뒤 평균적으로 선호하는 맛을 찾아낸다.

이마트는 제조사 레시피(조리법)를 바탕으로 냉장·유통기간을 가정한 뒤 피코크 식품연구소(비밀연구소)에서 추가 조리 방법과 시간을 책정한다. 이후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와 협업해 최종 맛과 향을 결정하는 관능검사를 한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