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전면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맡는다. 오너로서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문제로 인한 위기를 직접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등재를 계기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12일 이사회를 열어 이 부회장을 등기이사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고 주식시장에 공시했다. 이 부회장은 다음달 27일 열리는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대신 이상훈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등기이사에서 빠진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급변하는 정보기술(IT)산업 환경 속에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등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며 “이 부회장이 이사회 일원으로서 적극적 역할을 맡을 시기가 됐다고 판단해 등기이사 추천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회가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는 방안을 오랫동안 권유해왔다”며 “이건희 회장이 장기간 와병 중인 상태여서 이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2010년 사장,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나 등기이사를 맡지는 않았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가 되면 이사회에 참석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진다. 그는 기존 등기이사인 권오현 부회장(DS부문장), 윤부근 사장(CE부문장), 신종균 사장(IM부문장)과 함께 공동경영을 맡는다.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 등에선 이 부회장이 경영권은 실질적으로 행사하면서 책임지지 않으려고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 결정은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삼성전자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노트7 250만대 전량 리콜로 최소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볼 것이란 게 시장 예상이다. 또 세계 10개국에서 사용 금지 권고를 받음에 따라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등기이사가 된 건 2008년 4월23일 이건희 회장이 차명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등기이사에서 퇴진한 뒤 8년 만이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