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계업체의 페이스북 판매 화면.
미국 시계업체의 페이스북 판매 화면.
해외 직접구매(직구)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미국 패션시계업체 MVMT는 페이스북에서도 제품을 판다. 회사의 온라인몰에 접속하지 않고도 MVMT 페이스북 페이지에 개설된 ‘샵(shop)’에서 가격과 제품 특징, 배송 기간 등의 정보를 확인한 뒤 바로 결제 페이지로 이동해 구매를 마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말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인 ‘샵 섹션’ 서비스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달 말부터 한국에서도 샵 섹션 서비스에 대한 테스트를 시작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페이스북 쇼핑이 국내에서 공식 서비스될 예정이다. 1인당 한 달에 평균 8시간24분을 사용해 국내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이용시간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페이스북의 쇼핑 시장 진출로 모바일 쇼핑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좋아요’ 누르고 구매까지

페이스북 샵 섹션은 기업과 단체 등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가 만들 수 있다. 페이지 측면 탭에 있는 ‘샵 섹션 추가’ 버튼을 클릭하면 샵이 개설된다. 비용은 무료다. 제품명과 가격, 상세 설명을 사진·동영상과 함께 올리면 제품이 소비자에게 노출된다. 공유 버튼을 누르면 타임라인에 게시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제한된 사용자들만 이 기능을 체험할 수 있으며 공식적으로 개설된 샵은 아직 없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에선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가 다양해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할 것이 많다”며 “아직 전면 도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업계에선 페이스북 샵 섹션이 곧 서비스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온라인몰 관계자는 “최근 샵 섹션에 관한 한국어 매뉴얼이 등장했다”며 “해당국 언어로 매뉴얼을 제작한 뒤 서비스를 시작하는 페이스북의 운영 특성상 곧 공식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이스북과 거래하는 다른 국내 전자상거래업체 관계자는 “페이스북과 결제 서비스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며 “샵 섹션 도입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쇼핑 재도전 성공할까

'좋아요' 누르고 제품도 구매…페이스북, 쇼핑 진출
페이스북이 처음 쇼핑 분야 공략에 나선 것은 2009년이다. 당시에는 인터넷으로 PC에 접속한 사용자들을 고려해 한 화면에 바둑판식으로 제품을 배치했다. 2011년 대형 유통 기업인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 패션업체 갭 등이 페이스북에 쇼핑몰을 개설하며 ‘F커머스(Facebook Commerce)’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첫 도전은 실패였다. 소통이 주 기능인 페이스북에 접속한 소비자들은 쇼핑에 집중하지 않았다. 기존 쇼핑몰들이 열어놓은 인터넷몰을 더 익숙하게 생각했다. 대형 업체들은 1년 만에 페이스북 쇼핑몰을 접었다.

두 번째 도전은 2014년부터 본격화됐다. 간편결제 회사 페이팔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데이비드 마커스를 영입한 뒤 광고글에 구매 버튼을 추가했다. 지난해 미국 등에서 도입된 샵 섹션은 모바일 쇼핑객을 겨냥해 기존의 바둑판식 디자인을 버리고 밀어서 사진을 넘기는 기능을 중심으로 모바일 화면에 최적화했다.

◆“네이버와 경쟁할 것”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는 991만명(6월 기준)에 달한다. 총 사용 시간은 한 달 50억분으로 전체 1위였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페이스북이 기존 이용자를 중심으로 쇼핑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색시장을 장악한 뒤 쇼핑 사업을 키우고 있는 포털 네이버처럼 파급력이 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온라인몰 관계자는 “네이버에서 상품 정보를 검색한 뒤 쇼핑을 하는 패턴이 정착하면서 네이버 쇼핑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페이스북도 이용자 수를 일단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쇼핑 욕구가 있는 소비자를 공략하면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회사 관계자는 “2009년 선보였던 인터넷 기반의 F커머스도 결국엔 아마존 등 기존 유통업체의 승리로 끝났다”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