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학회 "삼중수소 인체 영향에 대한 대규모 연구 추진"

지난해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본부 인근 주민의 소변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돼 논란이 된 가운데, 삼중수소의 인체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원자력학회 등은 최근 발간한 '삼중수소의 인체 영향에 관한 과학적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역 주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삼중수소의 인체 영향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중수소는 베타선을 붕괴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12.3년의 반감기를 갖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 에이즈 등 병을 진단하거나 기질을 분석하는 데 활용되며 약물동태시험, 지하수 연대측정, 핵융합 발전 등 다양한 연구 분야와 산업·원자력 분야에 쓰인다.

1934년 물리학자 러더퍼드 등에 의해 처음 발견돼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국내 원전에서 삼중수소가 감시 핵종 대상에 포함돼 관리되기 시작한 것도 1992년에 불과하다.

자연계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주로 원자로 내에서 중성자 반응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에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를 사용하는 중수로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 자체로 독성이 강한 방사성 핵종은 아니지만, 물이나 수증기 형태(HTO)로 작업장에 분포하게 되면 제거나 회수가 어려워 작업자들 체내 피폭의 원인이 된다.

실제 중수로 원전 작업자들의 집단 피폭 선량의 20∼30%가 삼중수소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 중에 존재하는 삼중수소는 거의 문제가 없지만, 흡입해 섭취하거나 피부를 통해 체내에 흡수되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까지 삼중수소가 유도하는 암을 입증한 인간 연구는 없었고, 동물 실험도 감마선과 X선 연구 등에 비해 사례가 적다.

하지만 고농도의 삼중수소에 노출될 경우 세포 사멸, 유전적 손상, 생식기능 저해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5년 해외 연구진의 동물 실험에서 삼중수소의 피폭선량이 500밀리시버트(m㏜) 이상의 고농도일 경우 생쥐에서 암을 유발하는 것이 확인됐다.

각각 0.85시버트(Sv), 1.86시버트(Sv), 3.04시버트(Sv) 선량에 해당하는 액체 상태의 삼중수소(HTO)를 주입한 생쥐 750마리에 대한 실험에서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률을 조사한 결과 6∼8%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아무 처치도 하지 않은 대조군(0.13%)에 비해 46배 이상 높은 것이다.

인체에서도 고방사선량의 삼중수소는 암 발생과 사망률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95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근로자 두 명이 사망한 원인이 삼중수소였다고 보고됐으며, 선량은 10∼12시버트(Sv)로 추정됐다.

현재까지 영국, 캐나다, 미국 등에서 삼중수소 생산 원전 종사자에 대한 역학 연구가 진행됐지만, 암 발생이나 사망률 증가 등의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삼중수소에 의한 내부 피폭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삼중수소 위험에 대해 결론을 단정 짓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학회는 설명했다.

학회는 "국내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의 양은 법에서 규정한 배출 기준보다 매우 낮았지만, 원전 주변 환경 시료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비교 지역보다 높았고, 주민 뇨시료에서도 삼중수소가 검출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 주민을 대상으로 삼중수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대규모로 추진될 계획"이라면서 "법적·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윤리적 측면에서 지역 주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과학적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는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뇨시료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돼 주민들의 우려가 커짐에 따라 지난달 원자력 시설에서의 삼중수소 관리 실태와 국내외 역학연구 사례 등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