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투자자 분산돼 금융시장 충격 크지 않을 것"
신용보증기금 4천300억원 지급보증…"손실액 혈세로 메우는 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회사채 투자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영구채 제외)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모두 1조1천891억원이다.

공모사채 규모는 4천210억원, 사모사채가 7천681억원 규모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모든 기존 채권과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무담보 회사채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커지자 당장 다음 달 30일 만기가 돌아오는 5년물 한진해운 회사채 가격은 지난 26일 한국거래소 장내 채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6.65% 급락했다.

내년 6월 만기인 회사채 가격도 하루 새 16.77% 떨어졌다.

만기가 가장 빨리 돌아오는 1천900억원어치(9월 27일 만기) 회사채는 대부분을 기관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300억원, 단위 농협과 신협이 1천600억원을 투자했다.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지는 않아 회사가 법정관리에 돌입하더라도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사채 투자자 현황을 파악해봤더니 개인 비중이 낮고, 기관도 한곳으로 쏠린 것이 아니고 분산돼 있어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개인 투자자의 경우 털고 나갈 사람은 이미 나가고 고위험 채권을 주로 거래하는 이들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단위 농협, 신협이 보유한 공모 사채가 6천억원에 달해 법정관리 시 농·신협의 피해가 우려됐었다.

그러나 금융당국 점검 결과 한진해운의 경우 단위 농·신협이 타격을 입을 정도는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국내 기관투자가 중에선 해운사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지원한 신용보증기금의 손실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회사채를 산업은행이 사들여 자금 순환을 돕는 제도다.

산은이 신규 발행 회사채를 사주면 해당 기업이 그 돈으로 회사채를 갚는 방식이다.

회사채 상환액의 80%를 산은이 인수한 뒤 이 금액의 60%를 신보가 보증하고 나머지는 채권은행과 금융투자업계(회사채안정화펀드)가 각각 30%, 10%씩 나눠 인수한다.

신보는 한진해운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4천306억원의 프라이머리 유동화 증권(P-CBO)에 대한 지급보증을 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보와 산은이 인수한 회사채 손실액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