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우버, 알아서 손님 태우며 영업…돈 벌면 새차도 사"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만나면 사물이 사람처럼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블록체인 전문가인 노상규 서울대 교수(사진)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 혁명을 이렇게 요약했다. 노 교수는 이날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블록체인을 주제로 강연했다. 삼성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 간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마련해 이르면 10월께 서비스를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본지 8월24일자 A1, 3면 참조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을 은행이나 증권거래소 등의 중앙서버에 보관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모든 사용자가 거래 내역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중앙서버가 필요 없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뿐더러 거래 정보가 분산돼 있어 해킹 위험도 작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사물의 행동을 ‘믿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자의식을 가진 사람이 돈이나 카드를 낸다. 사람이 자신의 의지로 돈을 내기 때문에 그 행위는 믿을 수 있다. 만약 기계가 사람 대신 돈을 낸다면 ‘해킹당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므로 인간이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거래는 기계가 알아서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 교수는 우버를 예로 들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이 완비됐다는 것을 전제하고 이렇게 설명했다. “우버가 알아서 사람을 태우고 돌아다닙니다. 돈을 벌고 이익이 충분히 쌓이면 스스로 차를 한 대 더 삽니다. 그리고 알아서 영업하게 하고요.” 노 교수는 “사물 간에 ‘트러스트(신뢰)’가 쌓이게 되는 것”이라며 “사물이 사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거래하는 세상이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2020년까지 모든 전자기기를 IoT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경우 세탁기가 세제가 떨어지면 스스로 주문하는 형태의 서비스도 가능하다. 노 교수는 “삼성의 IoT, 삼성페이와 같은 핀테크(금융+기술)를 결합하면 나중에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도 사장들은 평소보다 많은 질문을 던지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