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근로자 임금 격차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23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514만5387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상시근로자 5~299인 사업장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17만350원으로 61.6%에 그쳤다. 격차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62.0%)에 비해 0.4%포인트 더 벌어졌다.
중소기업 근로자 68% "대기업 파업이 임금격차 더 악화시킨다"
◆“대기업 노조 탓에 중기 부담 가중”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이같이 임금 격차가 벌어진 것과 관련, 대기업 노조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에 부담이 전가돼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고 상대적 박탈감도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들 대부분이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 간 임금 격차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봤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날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299인 이하의 중소기업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1.6%가 대기업 노조 파업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67.9%가 ‘하청업체 부담이 가중되고 임금 격차가 심화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 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59.3%) ‘중소기업 취업 기피 현상 심화’(34%) ‘노사분규 부담으로 인한 대기업 채용 축소’(24.8%) 순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노조 때문에 중소기업 근로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시각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진 탓이 크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자동차 원청업체 근로자 평균 임금은 9700만원인 반면 1차 협력사는 4700만원, 2차 협력사는 2800만원에 불과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고임금을 받는 원청 파업 때문에 생산 라인이 멈추면 임금 손실을 보는 중소기업 근로자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최근 “대기업 근로자의 고임금으로 경제 토대인 중소기업인의 상실감과 인력난은 더 심해지고 있다”며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5년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기 근로자는 흙수저”

임금 격차는 ‘수저 계급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저 계급론은 소위 ‘흙수저’ ‘금수저’ 등에 빗대 자신과 남의 처지를 비교하는 사회 현상을 말한다.

응답자 대다수(81.2%)가 자신을 ‘흙수저’ 또는 ‘동수저’라고 답했다. 반면 대기업 근로자 자녀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44.2%가 ‘금수저’라고 표현했다. 미래에 대한 전망 또한 부정적이었다. 노력에 따라 계층 이동이 가능한지 묻는 말에는 절반이 ‘아니다’고 답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내일채움공제 등 정부가 직접적으로 근로자 임금을 보조할 수 있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도 이날 기업 간 비정상적인 임금 격차를 지적했다. 주 청장은 “현대자동차 근로자 임금은 독일의 폭스바겐이나 일본의 도요타보다 15%나 더 많다”며 “이같이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난 임금 체계는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민하/이우상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