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들의 기금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부처들이 기금의 여유자금을 상당기간 쓸 데가 없는데도 굴리지 않고 그냥 쌓아만 두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3개 정부 기금 가운데 운용 수익률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지난해 기준 연 2.18%)에 못 미치는 기금이 37개나 되고, 특히 이 중 국민건강증진기금 등 10개 기금 2091억원은 수익률이 제로(0)인 한국은행 국고계좌에 예치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예산이 부족해 적자 국채까지 발행하는 형편인데 기금은 넘치는 여유자금조차 제대로 관리가 안 된다는 지경이다.

물론 재해나 긴급상황 등 언제 써야 할지 모르는 기금은 수시로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기금관리의 본질상 난점도 있을 것이다. 여유자금을 원금을 날릴 수도 있는 위험투자에 활용하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상당수 기금은 마음만 먹으면 그 나름대로 수익률을 충분히 올릴 수 있는데도 관리능력과 책임의식이 없어 무수익 자산으로 그냥 방치돼 있는 게 문제다. 수백억원 규모의 기금을 담당하는 직원이 고작 2~3명인 데다, 그나마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허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획재정부 기금관리평가단이 해마다 기금관리의 구체적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는데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금은 매년 정부 재정 지원을 받거나 직접 세금에서 일부 떼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성한다. 이런 기금을 만들어놓고 사후관리가 부실하다는 것은 국민의 돈을 한없이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해당 부처가 자체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기금은 다른 기금과 통폐합하거나, 아예 금융회사 등 외부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일반 가계도 이렇게 소홀하게 자금을 굴리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