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2일 오후 4시9분

금호타이어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금호타이어의 주가기준 기업가치를 경쟁사 대비 두 배 이상 고평가된 것으로 평가했다. 앞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지금이 매각 적기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매각 작업을 맡은 주관사가 매물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CS “금호타이어 고평가됐다”

한국경제신문이 2일 입수한 CS의 ‘금호타이어 매각 타당성보고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주가는 경쟁사보다 고평가된 반면 회사 성장률과 마진은 경쟁사 대비 최하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현 주가기준 금호타이어의 EV(기업가치)/EBITDA(감가상각전 영업이익) 배수를 9.6배로 평가했다. 국내 및 글로벌 경쟁사 평균인 4.4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또 글로벌 10위권의 타이어업체들이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지금 매각하지 않으면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담았다.

금호타이어 실적 개선의 관건으로 꼽히는 중국 시장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CS는 “중국 내 금호타이어 매출이 작년까지 5년간 연평균 11% 감소한 데다 가동률도 줄어 경쟁사 대비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내 경쟁사들이 공장을 건설하고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경쟁 환경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회사를 현 시점에 매각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매각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경영진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포함됐다.

◆“현실적 평가” vs “평가 절하”

CS의 매각 타당성 보고서를 놓고 업계에선 “현실적인 평가”란 시각과 “지나치게 부정적”이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에선 금호타이어 매각 대상 지분 42.1%의 가치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매각주관사는 기업의 매각 금액에 따라 성공 보수를 받는다”며 “매각주관사가 매각 전부터 기업가치를 절하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CS는 또 보고서에서 금호타이어의 매력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부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최근 대우조선해양 관련 손실로 금호타이어 매각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인 것이다.

CS는 △경쟁사 대비 저조한 실적 △인수자금 부담 △금호타이어의 협조에 대한 우려 △우선매수권 존재 및 범위의 불확실성 △강성 노조의 파업 가능성 등을 ‘투자자 우려사항’으로 제시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보통 매물이 잘 팔리도록 ‘저평가됐다’고 마케팅하는 것이 매각주관사의 습성인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매각가치를 떨어뜨리려고 할 경우 싼 값에 인수하려고 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유리한 구도가 전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매수권 가진 박 회장 행보 ‘관심’

보고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매각은 다음달 중순 시작될 예정이다. 매각주관사는 다음달 매도자 실사 리포트를 한 차례 더 채권단에 제출한다. 이어 매각공고를 내고 티저레터(투자안내서)를 잠재적 인수후보에게 발송할 예정이다. 오는 11월 초·중순 예비입찰이 시행된다. 인수의향서(LOI) 접수 절차는 생략된다. 내년 1월 말~2월 본입찰을 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에는 금호그룹이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수자금을 직접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회장 측은 금호기업 등 금호그룹 계열사와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을 모아 별도의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이 회사가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호그룹이 직접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우선매수권’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가 입찰에 참여하려면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유지하고 금호가 입찰에 참여하면 사실상 두 번의 입찰 기회를 갖는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태호/안대규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