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일명 K뷰티)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만큼 고민도 커지고 있다. 중국이 기회이자 위협이 되고 있어서다. 오늘 한경 보도(A1, 3면)에 따르면 중국이 화장품 수입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한국 인력 빼가기에 혈안이라고 한다. 중국은 사용금지 성분 확대, 다이궁(보따리상)의 수입 검열 강화 등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자국 산업을 키우려는 포석이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은 두세 배 연봉을 제시하며 한국의 연구개발, 상품기획, 마케팅 등 전문인력을 쓸어간다는 것이다. ‘K뷰티 신화’의 화장품도 조선, 자동차, 전자처럼 부메랑 효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K뷰티는 당분간 한류 붐을 타고 고속질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간판 기업들이 지난 20여년간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모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최대 시장이던 중국이 산업 각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올랐듯이 K뷰티도 그런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 싸구려 짝퉁으로 인식되던 ‘메이드 인 차이나’가 기술 면에선 한국산 화장품을 80~90%까지 따라왔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중국산 스마트폰만큼이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K뷰티의 실상을 냉정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수출의 7할이 중국 홍콩 등 중화권에 쏠려 있다. 또 생산품 대부분이 스킨케어 제품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색조, 기능성화장품, 코스메슈티컬(의약 화장품) 등은 여전히 취약한 편이다. 게다가 화장품 판매·유통업체가 8000여개나 난립했지만 아모레, LG 외엔 대부분 도토리 키재기다. 자체 생산능력도 없는 군소업체들이 그저 한류스타를 앞세워 한탕을 노리는 식이라면 K뷰티 붐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K뷰티는 양적으론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생산액 10조원을 돌파했고 수출액도 26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537조원(2014년)의 글로벌 시장에선 새발의 피다. 아모레 매출이 세계 1위 로레알(작년 33조원)의 고작 14.7%다. 작은 성공을 거뒀을 뿐 갈 길이 멀다. 경제에 영원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