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각각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민주 공화 양당은 후보 선출과 함께 전당대회를 통해 각당의 정강을 공식 발표하고 본격적인 표심(票心) 공략에 들어갔다. 어떤 선거에서든 다소 과장된 공약과 선전은 있게 마련이다. 미국 또한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양당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강정책을 보면 이미 경제적 무지와 오류를 내재화하는 단계에까지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일찌감치 미국 우선주의와 내셔널리즘을 내세운 트럼프는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 역시 포퓰리즘적이고 대중선동적인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조차 우중(愚衆)의 길을 걷고 있는 양상이다.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지난 30년간 미국이 체결한 각종 무역협정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클린턴도 그렇다. 공화당의 트럼프가 “미국이 체결한 모든 FTA를 재협상하겠다”고 한 것과 사실상 같은 말이다. 가뜩이나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세계 교역량이 15개월 연속 정체되고 있는데 미국마저 보호무역에서 살길을 찾겠다는 것은 놀랄 만한 사태의 전개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무역으로 일자리를 빼앗긴다거나, 무역을 제로섬처럼 인식하는 일체의 생각들은 경제적 무지에 기반한 것이다.

민주당 정책에는 최저임금 15달러, 마리화나 합법화 같은 좌파 포퓰리즘도 포함됐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주장하던 정책들이 대거 수용된 것이다.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 기존의 반(反)이민, 보호무역 정책을 그대로 정강에 담았다. 양당의 정강에 대해서는 “좌는 더 좌로, 우는 더 우로”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양당 모두 포퓰리즘 경쟁에 끌려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클린턴과 트럼프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은 세계를 향해 보호무역주의 포문을 열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 요구도 그렇지만 반덤핑 문제와 환율 문제는 ‘무역 한국’의 위상을 뒤흔들 수도 있다.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을 선도하며 지구촌의 번영을 이끌어오던 미국은 도대체 어디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