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CJ가 운영하는 올리브영 첫 번째 매장이 들어섰다. 화장품, 약, 건강식품 등을 함께 파는 낯선 매장이었다. 드러그스토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신기하다고 했다.

하지만 폭발적 반응은 없었다. 매장 수도 2005년까지 25개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K뷰티 열풍을 타고 올리브영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올리브영은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7세 올리브영, 올해 매출 1조 넘긴다
○2011년 이후 연평균 30% 성장

올리브영 관계자는 24일 “1호점을 낸 지 17년 만에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1년 이후 올리브영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30%가 넘는다. 이런 성장을 가능케 한 것은 2010년 가맹점 사업으로 전환한 것이다.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올리브영은 직영점 체제를 포기하고, 가맹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2012년 8월 매장 수 200개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500개를 넘어섰다.

올리브영이 적극 발굴한 국내외 중소기업 브랜드와 자체상표(PB) 상품도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소기업 제품은 가격은 대기업 제품보다 낮지만 성능은 크게 뒤지지 않았다. 이런 제품을 매장에 적극 전시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2010년 이후 한국 소비시장을 지배하는 코드인 ‘가성비’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브랜드를 차별하지 않고 소비자 선호에 따라 제품 위주로 진열대를 구성해 소비자들이 마음껏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영 협력업체 중 국내 중소기업 비중은 70% 수준이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이름을 알리고 해외로 진출하는 발판 역할도 해줬다. 아이소이, 닥터자르트, 메디힐, 바디판타지, 페이스인페이스 등이 올리브영을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다. 최근 올리브영은 지역 특화 브랜드 ‘리얼(REAL)’도 내놨다. 지역 강소기업 상품을 발굴해 리얼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는 것이다. 핸드케어, 마스크팩, 클렌저 등 14개 제품을 리얼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 컨슈머 공략

올리브영에서만 볼 수 있는 상품을 집중 발굴한 것도 성장 요인이다. 2010년부터 해외 업체 발굴에 나서 프랑스 1위 브랜드인 이브로쉐를 들여왔다. PB 상품으로는 2011년 색조 브랜드 ‘엘르걸’, 클렌징과 선케어를 주축으로 하는 ‘식물나라’, ‘그루밍(외모를 가꾸는 남성)’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XTM스타일옴므’ 등이 있다.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유행에 맞게 변화를 줬다. 방문판매가 주를 이루던 과거에는 브랜드에 따라 소비자 선호가 갈렸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스스로 찾는 ‘스마트 컨슈머(똑똑한 소비자)’가 늘면서 제품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중요해졌다. 이에 맞게 올리브영은 다양한 제품을 한자리에서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멀티숍 전략을 택했다.

서울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본점)가 대표적이다. 1층은 뷰티 상품, 2층은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한데 모았다. 라이프스타일존에선 애완용품, 캐릭터, 음향기기 등도 볼 수 있다. 선보경 CJ올리브네트웍스 상품본부장은 “올리브영은 단순 쇼핑 공간을 넘어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매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매장도 메이크업 존, 더모코스메틱 존, 내추럴케어 존, 남성 존 등으로 구성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