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브랜드와 같은 성능의 차를 출시해도 '현대차는 뭔가 좀 부족하다'라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차를 개발하기 위해 항상 고민합니다. 다행히 상용차에서 가장 중요한 연료효율 면에서 현대차 트럭이 경쟁력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실제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현대차 상용부문이 짧게나마 '속살'을 공개했다. 언론을 대상으로 최근 전주에서 남양으로 이사한 연구동을 개방하고 현재 기술 수준과 사업 현황, 향후 비전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 현대차 상용부문은 승용부문보다 역사도 짧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낮다. 여기에 대형트럭 부문은 수입 브랜드에 점유율을 잠식당한 지 오래다. 업계에서는 대형 트랙터와 덤프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의 점유율이 60%를 넘어 7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한다.

[르포]현대차 상용, "현대라서 안돼" 극복하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 상용 부문의 현재 위치는 '패스트 팔로워'라 할 수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유럽 상용 브랜드와 정면승부에 나서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빠른 시간에 자체적으로 상용차 전용 엔진 개발에 성공했고, 중국과 터키 등에 해외 생산 거점을 마련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140% 성장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다양한 자체 개발 라인업···고효율 강점으로 내세워

현대차 상용은 자체 개발한 트럭 3종, 버스 6종, 엔진 7종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트럭 부문은 적재량 8t 이하 중소형 트럭 마이티와 15t 이하 중형 트럭 부문을 아우르는 메가트럭, 15t 이상 대형 트럭 엑시언트 등을 출시했다. 버스 부문은 29인승 이하 소형버스 카운티와 세미 보닛 방식의 유럽형 상용차 쏠라티, 33인승 이하 중형버스 에어로타운과 그린시티, 최대 49인승 고속버스 유니버스 등을 선보였다. 여기에 배기량 2.5~12.7ℓ 디젤 엔진 5종과 6.8ℓ 및 11.7ℓ CNG 엔진 2종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엔진라인업 중 남양연구소 상용장비동 1층에서 최상위급 L엔진의 모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직렬 6기통 12.7ℓ 4밸브 디젤로 엑시언트나 유니버스 등 대형 트럭 및 버스에 장착되는 엔진이다. 최고 540마력, 최대 265㎏·m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가변형상 터보차저, 전자식 수냉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2,700bar 연료분사 장치 등 최신 기술을 대거 적용한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수입 상용 엔진과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구현했다.

현대차가 파워트레인에서 자신하는 부분은 연료효율이다, 지난 2~6월 국토교통부가 진행한 20t급 이상 대형트럭의 실차 연료효율 비교평가에서 엑시언트가 ℓ당 3.7㎞를 기록, 가장 고효율을 기록한 것. 6x2 트랙터와 10x4 카고, 8x4 덤프 등도 수입 브랜드 대비 0.5~8.9% 효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20만㎞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료비 700만원 절감 효과가 있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가혹한 조건 속에 이뤄지는 다양한 실험들

연구동 안쪽으로 접어들자 디젤엔진 실험실이 나타났다. 수십개의 셀에선 저마다 엔진을 가동하며 성능과 효율, 배출가스, 내구력 등 다양한 실험이 진행된다. 이중 6.3ℓ급 G엔진의 내구력 테스트를 잠시 살펴볼 수 있었다. 엔진의 각 부분에 구동장치나 배출가스 저감장치 등을 장착, 오랜 시간 작동시키며 내구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외부 모니터엔 엔진회전수와 토크, 배기 압력 등이 수시로 표시되며 엔진 상태를 나타냈다.

상용 실차 특성 실험동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대형장비로 실제 주행 상황을 재현해 섀시나 내구, 배출가스, 효율 시험 등을 진행하는 곳이다. 섀시시험셀에선 쏠라티 실차가 측정 장비 위에 올라가 있었다. 바닥에 설치된 실린더가 차를 앞뒤·위아래로 진동을 가하며 조향장치의 작동을 계측하는 것. 바퀴 부분에 달린 센서는 갖가지 정보를 수집한다. 최고 1,300마력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연비동력시험기의 섀시 다이나모, -40~60°C의 온도변화 속에 최대 1,200W/㎡의 광원과 100㎞/h의 풍속 및 최대 80% 습도의 환경을 구현 가능한 환경 시험기 등도 마련됐다.

[르포]현대차 상용, "현대라서 안돼" 극복하려면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내구시험셀이다. 대형 트랙터 엑시언트가 쿵쾅거리며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아주 격렬하게 몸을 비틀어댔다. 바닥에 설치된 실험대가 축과 캡의 내구성을 검증하기 위해 여러 방향으로 차를 흔들어대는 것. 마치 트랙터가 오프로드를 주행하듯 캡이 출렁이고, 차축이 휘어지는 움직임이 확연히 눈에 보일 정도로 시험 강도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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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시험기들은 차의 내구력을 단기간에 검증할 수 있는 실차 무인내구 시험 장비다. 약 70만~100만㎞ 주행에 해당하는 내구력을 검증하기 위해 시험 강도를 실제 주행의 100배 수준으로 설정했다. 연구원들이 직접 차를 가지고 주행 테스트를 진행할 경우 4~5개월이 걸리지만 무인 시험기를 이용하면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위험한 순간에 차가 스스로 멈춰서는 AEBS

상용 연구동을 벗어나 남양연구소 내 시험주행장으로 향했다. 최신 안전기술인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AEBS)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AEBS 시험에는 행사에 참석한 언론 뿐 아니라 회사 관계자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최근 발생한 봉평터널 버스 추돌 사고로 대형 버스와 트럭의 긴급제동 장치의 장착 의무화 논의가 활발해서다. 정부도 2017년부터 차체가 11m를 초과하는 승합차와 총중량 20t 이상 화물·특수차에 AEBS와 차선이탈경고장치(LDWS) 등의 장착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AEBS가 탑재된 유니버스에 오르자 운전자가 앞서 달리는 자동차 모형 쪽으로 점차 속도를 붙여갔다. 시속 60㎞ 이상으로 달리며 모형과 거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즉각 경고음이 울렸지만 운전자는 브레이크에서 아예 발을 뗐다. 충돌이 일어나기 직전 차 스스로 급제동을 걸며 충돌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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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AEBS 기술은 시속 15㎞ 이상 주행 시 작동한다. 전면부에 장착된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등이 앞서 달리는 자동차를 감지한다. 내 차의 속도가 더 빨라 차간 거리 좁혀지면 1차적으로 빛과 소리 신호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알린다. 그래도 충돌 위험이 사라지지 않으면 감속에 돌입하며 경고를 이어간다. 마지막으로 충돌 직전에 다다르면 차가 스스로 완전히 멈춰선다. 1.4초 이내에 충돌이 일어날 상황이라면 차가 스스로 급제동을 걸게 된다.

▲기술력은 '자신', 브랜드 파워는 '아직'

마지막으로 회사 연구원들과 엑시언트와 쏠라티, 마이티 등 상용 라인업들에 동승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회사 내외로 현대 상용차의 기술력은 글로벌 최상위 브랜드의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상용 브랜드의 격전지인 유럽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브랜드 파워는 제품력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는 걸 이들 역시 통감하고 있었다.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시장에 내놔도 경쟁 제품보다 평가절하 당하는 일도 많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는다.

[르포]현대차 상용, "현대라서 안돼" 극복하려면

볼보와 다임러, 스카니아와 만(MAN) 등 유수의 상용차 브랜드는 100년 이상의 오랜 역사 속에 자신들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 왔다. 이들에 비해 현대차 상용의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은 아직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회사가 '이제는 상용차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020년 '글로벌 톱(Top) 5' 진입을 목표로 내세운 건 최소한 기술력만큼은 일정 수준을 따라잡았다는 판단이 있어서다.

승용차도 그렇지만 상용차 역시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품의 상향 평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어떤 브랜드의 차가 성능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해 소비자 선택을 받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다. 이는 일견 시장 흐름이 후발 주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술력 이상으로 브랜드 파워의 차이를 메꾸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 현대차가 직면한 것도 어쩌면 기술력보다는 시장의 박한 평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회사는 앞으로 상용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대외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기술과 제품을 활발하게 알리고, 국내외 운송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승회와 로드쇼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현대차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내세운 서비스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애프터서비스 개념을 확대, 차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먼저 찾아가 관리해주는 '비포 서비스'는 현대차가 자부심을 갖고 내세우는 '필살기' 중 하나다.

남양=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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