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선 월 평균 100시간, 최고 151시간 초과근무도
"피로누적 잦은 사고 발생"…노조, 부당노동행위 고발

"근무 중 깜빡 조는 사이에 사고가 납니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다 보니 피로가 누적되고 일에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하죠."

일부 공항 지상조업체 근로자들의 과도한 초과근무가 전국의 공항 안전 관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항에서 항공기 출발·도착 관련 대부분의 준비과정을 도맡아 처리하는 지상조업체 근로자들이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자칫 집중력을 잃기라도 한다면 작은 실수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밤 제주공항 지상조업체 S사 소속 이모(58)씨가 몰던 승객운송용 버스가 다른 지상조업체 근로자를 치어 다치게 한 사건 역시 과도한 초과근무로 인한 근로자의 피로누적이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 당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4시간 풀타임 근무를 하던 이씨는 퇴근시각 1시간 20분을 남기고, 김포에서 제주로 들어온 항공편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다 항공기를 유도하던 피해자를 미처 보지 못하면서 사고를 냈다.

수습직원인 이씨의 7월 한 달 예정된 초과근무 시간은 91.5시간, 총 실근무는 260시간에 달했다.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무는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이뤄져 한 달(4.345주 기준)이면 52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

다른 공항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인천국제공항의 지상조업체 S사 근무편성표(1∼6월)를 보면 지상근로자 대부분이 월평균 100시간 남짓의 초과근무를 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할 경우 151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근로자도 있었다.

24시간 돌아가는 인천공항의 특성상 근무가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뉘는데 야간조의 경우 오후 6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낮 12시까지 일하는 등 과중한 노동에 시달렸다.

인천 S사 근로자 A씨는 "야간 근무는 쉽게 말해 긴밤, 짧은밤 근무로 다시 나뉜다"며 "정상적인 근무라고 한다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근무하는 것이 맞겠지만 짧은밤의 경우 오전 9시까지 초과근무를 하고, 긴밤의 경우 낮 12시까지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야간 근무자는 퇴근 후 바로 오후 6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집까지 거리가 멀 경우 이동시간을 따지면 차라리 3∼4일간 수면실에서 숙식하다가 휴일이 돌아오면 집으로 가는 생활을 반복하게 된다.

사실상 개인생활을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A씨는 S사가 인천뿐만 아니라 김포, 청주, 대구, 군산, 김해, 제주 등 전국 7개 공항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각 공항의 회사 소속 지상근로자들 대부분이 과도한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열악한 근로여건은 잦은 사고로 이어졌다.

직원들이 차량으로 승객들의 짐이나 화물을 운반하는 도중 다른 차량을 들이받거나 화물이 분리돼 사람과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수십 건이 발생했다.

5년 전에는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승객운송버스 기사가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고 버스에서 내린 사이 버스가 흘러 항공기 왼쪽 날개에 부딪혔다.

지난해 제주공항에서는 버스 기사가 승객이 놓고 내린 짐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뜬 사이 마찬가지로 차량이 흘러 건물 기둥을 박은 사고도 발생했다.

자칫 버스에서 내린 승객이 버스 앞에 머물렀더라면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이 모든 사고가 한 업체에서 발생했다.

해당 업체 근로자들은 지난 5월 노조를 결성, 열악한 근로환경과 처우개선 등을 회사에 요구하는 한편 회사의 부당행위를 노동청에 고발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지상 근로자의 평균 나잇대가 40대 초중반이다.모두 기회만 된다면 다른 곳으로의 이직을 희망하면서도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입사한지 1년을 못버티는 퇴사자가 나오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b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