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산 머슬카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조용히 틈새 시장을 선점해 나가던 포드에 한국지엠이 신차 출시와 함께 선전포고에 나선 것.

20일 업계에 따르면 쉐보레는 신형 카마로SS의 사전계약이 500대를 넘어서면서 본사에 물량을 요청, 하반기에만 500대 이상을 추가 확보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카마로 RS 48대의 10배가 넘는 물량이다. 회사는 3분기 본격적인 신차 출시를 앞두고 이례적인 사전계약 건수가 실제 판매기록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발 머슬카 전쟁, 한국서 재현되나

이번 물량 배정은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지난 6월 부산모터쇼 이후 제임스 김 사장이 카마로SS의 사전계약이 몰린다는 보고를 받은 뒤 "출고가 늦어지지 않도록 최대 물량 확보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카마로는 한국시장에서 직접적인 판매실적을 올리기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상징적인 의미가 강했다. 그러다보니 제품 홍보나 마케팅 활동도 다소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제품판매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전폭적인 수정이 이뤄졌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금까지 카마로는 판매 대수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상징성이 강한 차였다"며 "그러나 지난 부산모터쇼에 신차를 공개한 이후 사전계약 및 구매 문의가 쇄도하는 만큼 전사적 차원에서 물량 확보 및 판매 활동에 적극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북미산 머슬카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연료효율이 떨어지는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했다는 점, 유럽산 스포츠카와 비교해 브랜드 파워와 코너링 성능 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지목되면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선택을 받진 못했던 것.

그러나 포드코리아가 틈새시장으로 치부되던 수입 스포츠카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한국지엠 역시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맞불 작전에 나섰다. 기술의 발달로 머슬카 특유의 강력한 가속 성능을 유지하면서 효율을 개선하고 상품성을 강화하는 등 제품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다는 점도 양사가 머슬카 시장에 주목하는 요인이 됐다.

미국발 머슬카 전쟁, 한국서 재현되나

포드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1월 신형 머스탱을 시장에 투입하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2014년 152대에 머물던 판매 실적이 2015년 593대로 4배 가까이 뛴 것. 브랜드 내 스포츠카 판매 비중은 1.7%에서 5.7%까지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머스탱은 457대 소비자에게 인도됐다. 이 기간 포드코리아 전체 판매에서 머스탱이 차지한 비율은 약 8%에 달한다.

국내 머스탱 판매는 2.3ℓ 에코부스트 쿠페가 주도하고 있다. 2.3ℓ 다운사이징 엔진은 직분사 방식과 터보차저, 가변식 캠타이밍 기술, 새 흡기 매니폴드와 터보차저 하우징 등 각종 신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최고 314마력, 최대 44.3㎏·m의 고성능을 확보하면서도 ℓ당 복합효율 10.1㎞를 달성했다. 가격은 4,535만원으로 여느 스포츠카보다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다.

한국지엠은 고성능 카마로SS를 전면에 내세웠다. V8 6.2ℓ 엔진과 후륜 8단 하이브라매틱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455마력, 최대 62.9㎏·m의 성능을 발휘하는 차다. 5,098만원이라는 가격도 장점이다. 비슷한 성능의 머스탱 GT 쿠페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6,035만원으로 카마로가 937만원 저렴하다. V8엔진을 탑재한 수입차 중 5,000만원대 초반에 가격을 책정한 건 카마로SS가 유일하다.

포드코리아는 쉐보레가 카마로를 적극 부각하는 상황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카마로가 머스탱의 점유율을 잠식하기보다 머슬카 시장 자체의 성장이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강해서다. 신형 카마로가 공개된 6월 머스탱의 판매가 기존 수준을 유지했던 점도 긍정적인 판단의 근거가 됐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한 7세대 머스탱의 제품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적극적인 판촉이나 영업 활동이 없음에도 머스탱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층이 확보됐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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