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가 어제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홀딩스를 284억파운드(약 35조원)의 현금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암은 인텔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이다. 절전이나 고해상 그래픽 등에선 세계 최고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CPU(중앙처리장치)를 설계하지만 생산은 하지 않는 이색 기업이기도 하다. 원래 통신업체이던 소프트뱅크의 놀랄 만한 반전도 주목된다. 암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기반 기술을 쥐려는 손정의 사장의 의도가 엿보인다. 세트업체로의 변신을 꿈꾸는 것 같다.

IoT시대를 맞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 반도체회사인 인피니언 테크놀로지는 지난주 미국 기업 크리의 반도체 자회사를 8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대량의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무선통신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인텔 또한 작년 6월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업체 알테라를 167억달러에 인수했고 아바고 테크놀로지스도 작년 5월 미국의 통신 반도체기업인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에 사들였다. 3D프린터나 웨어러블기기 등 IoT 시장이 불붙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은 5.7% 늘어난 데 비해 IoT 관련 반도체 시장은 36.2%나 성장했다고 한다. 앞으로 자율주행차나 드론 인공지능 등 다양한 형태의 IoT 제품이 등장하면 IoT 반도체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IoT 제품은 대량생산 기술보다 소형화 다기능이 생명이다. 센서와 반도체칩이 통합돼 하나의 소재, 하나의 부품이 된다. 그만큼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소프트뱅크도 인텔도 모두 이런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거대 M&A가 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도 자율주행차 시대엔 D램을 자급자족하겠다며 대만과 손잡고 첫 공장을 착공했다.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