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안(세법 개정안)을 이달 말께 발표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올해 세제개편 방향으로 서비스업 지원, 미래형자동차 로봇 등 신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그러나 세율 인상 같은 증세나 근로소득자의 48.1%에 달하는 면세자 축소는 고려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올해 말 일몰인 25개 비과세·감면제도에 대해선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상당수 연장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부담스런 세제 변화는 기피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원칙이 훼손된 세법을 방치할 생각이라면 곤란하다.

여소야대 속에 주도권을 쥔 야권은 여전히 법인세 인상론을 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감세 이전으로 조세부담률을 환원(올해 18%→21%)하고, 거대 경제세력을 견제하는 세제개편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율을 올리고 세 감면은 더 줄이라는 사실상의 정치공세다. 국민의당도 투자와 분배, 미세먼지 해결 등까지 세제개편에 담으라고 요구한다. 여야가 세법을 놓고 대립하다 소위 ‘빅딜’로 어떤 누더기를 만들지 알 길이 없다.

온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세제는 무엇보다 일관성 있고 공평해야 한다. 한데 한국의 세제는 정치권과 여론의 압력에 밀려 해마다 뜯어고치는 게 능사가 된 지 오래다. 19대 국회에서 세법을 304건(연평균 76건)이나 고치고도 20대 국회에 세법 개정안만 수십 건이 제출돼 있다. 국회가 남발한 특혜성 비과세·감면은 시간이 지나면 기득권으로 굳어져 하나를 없애기도 쉽지 않다. 국회와 정부는 연말정산 소동 와중에 면세자만 대폭 늘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조세원칙까지 무너뜨렸다. 선심의 대가가 누더기 세법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구조조정, ‘브렉시트’ 등으로 2%대 성장도 힘겨운 판국이다. 추경까지 편성한 마당에 정치권이 ‘부자 증세’라는 소모적 논쟁으로 발목을 잡는 것은 무책임하다. 더구나 올 1~5월 세수가 19조원이나 늘어 불황 속에 정부만 호황이다. 그 원인도 철저히 분석해 구축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경제를 살리고 조세원칙을 바로 세우는 세제개편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