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일본에서 승용차를 생산하는 7개 자동차회사의 2016년도 연구개발(R&D) 투자액이 사상 최대인 2조8천120억엔(약 30조원)이 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집계해 보도했다. 전년보다 2.8% 늘어나는 것이며, 리먼 사태 직후인 2009년에 비해선 1조엔 가깝게 많은 규모다.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환경차 개발은 물론 자동운전(자율주행) 등 새로운 과제들도 더해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대기업과 중견기업 간의 투자액 차이는 점차 벌어지고 있어 투자 여력 유무는 향후 자동차시장 재편의 계기로 작용할 수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일본 자동차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제조업 전체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해 차세대기술 동향에 강한 영향을 갖고 있다.

7개사의 올해 연구개발비는 7년 연속 전년도 실적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 스즈키, 마쓰다, 후지중공업 등 5개 회사는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운다. 도요타의 연구개발비는 다이하쓰공업 등 연결자회사를 포함해 2.3% 늘어난 1조800억엔이 될 전망이다. 매년 8천억~9천억엔를 투자하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나 독일 다임러 등을 웃돈다.

도요타는 환경차의 주력인 연료전지차(FCV)에 더해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FV)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10년 전에 비해 연구개발비를 약 20% 늘리는 반면 2016년도 설비투자는 1조3천500엔으로 약 10% 줄일 방침이다. 지적재산분야에 좀더 많은 경영자원을 투입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닛산은 전기자동차(EV)의 과제인 짧은 주행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연료로 발전하는 차 탑재형 전지 개발 등을 위해 연구개발비를 전년보다 5.3% 늘린다.

혼다는 신차 개발 사이클의 영향으로 4.1%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올 가을 자동운전에 필요한 인공지능(AI) 연구의 거점을 도쿄 도심에 마련해 외부 연구기관과의 연대를 강화한다.

스즈키는 신흥국을 겨냥한 환경차 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6.9% 늘릴 계획이다. 마쓰다는 연비 개선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7.2% 증액할 것으로 보인다.

중견기업들도 증가율이 높은 경향을 보이지만 10년 전에도 8천억엔 전후였던 최대기업 도요타와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에 34% 출자하기로 합의한 닛산의 카를로스 곤 사장은 "소규모 업체에 거액의 연구개발을 부담할 여유는 없기 때문에 외부 경영자원을 노린 합종연횡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고 봤다.

반면 설비투자는 2016년도에 7사 합계로 3조150억엔(약 32조2천8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전년도보다는 4.5% 늘어나지만 2006년도에 비해서는 0.6% 줄어, 리먼사태 전보다 적다.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