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불체포특권’ 폐지에 나선다고 한다. 8촌 이내 친인척의 보좌진 채용을 금지하고, 의원들이 자기 보좌관에게서는 후원금을 받지 못하도록 정치자금법도 고치겠다고 했다. 당 개혁에 나선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혁신안이다.

불체포특권이 대표적인 국회의원 특권인 것은 맞다.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이 금지돼 있다. 이를 악용해 범죄의혹이 짙은 동료들까지 감싸려는 ‘방탄국회’가 상습화될 정도였다. 설사 범죄혐의가 분명해도 체포동의안이 본회의를 거쳐야 하고, 그나마도 72시간 내 표결이 안 되면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불체포특권은 중세적 유물이다. 1603년 이 제도가 영국에서 처음 법제화됐을 때는 왕권이 너무 강해 시민의 대표가 목숨을 걸지 않고는 바른 소리를 못 하던 시대였다. 지금 우리 국회는 그와는 반대로 무소불위의 제왕적 의회권을 행사한다. 당연히 확 고쳐야 한다.

새누리당이 이 정도 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것으로 개혁을 말한다면 아직도 민의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에 대한 개혁 요구는 국회의원 특권의 전면적 폐지를 요구한다. ‘똥배지’ 떼기 같은 쇼를 보자는 것도 아니다. 청부입법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자진해서 ‘김영란법’에 국회의원을 포함하는 등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새누리는 특히 보수의 가치를 정강(政綱)의 최우선에 둔 공당의 본모습부터 찾으라는 게 유권자들의 혁신 요구다. 그저 선수(選手)에 따라 당직과 국회의 요직을 나눠먹고, ‘봉숭아학당’ 같은 최고위원회의로 하루하루 정치면 가십거리나 생산하는 타성부터 떨치라는 것이다.

기껏 불체포특권 폐지를 말했지만 이 문제가 헌법(제44조) 개정과 연결된다는 점도 저의를 의심케 한다. 국민적 공감도 없는 국회주도의 개헌론을 끌고가자는 속셈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특권 폐지는 19대 때도 수없이 거론됐다. 하지만 늘 한때의 논의였을 뿐 여야 공히 성과는 없었다. 혁신위까지 가동한 판에 당의 정체성부터 회복하고 특권 내려놓기도 제대로 한번 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