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혁신을 공유하는 오픈 플랫폼
급격한 기술환경 변화로 인해 금융산업을 둘러싼 리스크가 예측 가능한 영역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성장이 멈춘 한국 금융산업은 온라인에 새로운 금융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성장 전략을 마련하기에 분주하다. 빌 게이츠는 “금융서비스(banking)는 필요해도 은행(bank)은 필요 없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디지털금융이 요구하는 혁신을 거부하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디지털금융이 보편화하면서 철옹성 같던 은행 진입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기업, 인터넷전문은행 등 지점이 없는 은행들이 기존 은행과 경쟁하며 값 싸고 질 좋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무한경쟁시대에 살고 있다. 핀테크기업과 은행 간 플랫폼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는 배경에는 이런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핀테크기업인 모벤(Moven)이나 심플(Simple) 등은 이미 기존 은행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등 개인금융 영역까지 파고들어 금융주치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즉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전통적 은행산업이 제공하기 어려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모바일은행을 출시하며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기존의 서비스를 배타적 플랫폼(모바일앱 등)에 옮겨 놓은 정도다. 금융이 차세대 기술융합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은행과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핀테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상생의 원칙은 핀테크기업 지원을 통한 기술력 독점 등과 같은 단선적 사고에서 벗어나 혁신을 공유하는 오픈 플랫폼 환경을 제공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NH농협은행 역시 ‘올원뱅크(All-One Bank)’를 출시해 기술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앱을 탑재하는 기존의 ‘뱅킹앱’ 방식에서 탈피해 은행권 최초로 모든 기술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환경을 올원뱅크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농협만의 서비스에 연연하지 않고 핀테크기업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상생의 장을 제공하고자 함이다.

4차 산업혁명 등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술환경 변화는 국내 금융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발 빠르게 대응하는 변화관리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용환 < NH농협금융지주 회장 yong1148@nonghyu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