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지금까지 자동차소재의 주류는 철강이었다. 이 상식이 유럽에서 무너지려 하고 있다. 친환경 경량화를 위해 합성수지나 알루미늄이 철강을 대체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일본 화학업체들은 유럽 자동차업체들을 겨냥해 유럽시장 공략에 나섰다. 반면에 일본 자동차업계는 여전히 철 소재에 비중을 두면서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될 우려가 있다는 일본 언론의 지적이 나온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아사히카세이(旭化成)는 16일 유럽에서 자동차 부품 개발과 영업까지를 담당할 거점을 독일 뒤셀도르프에 개설했다. 일본 화학업체들이 속속 유럽 자동차시장 개척에 나서는 일환이다. 개소식에는 현지의 자동차·부품기업의 관계자 200여명이 몰려들었다. 일본 화학업체들이 유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철 소재를 고집하는 반면에 유럽에선 차량 무게를 줄이기 위해 소재 전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카세이는 BMW나 폴크스바겐에 신소재 개발을 제안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고바야시 유지 부사장은 "독일 자동차업체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 회사가 파는 나일론계열 합성수지는 고온, 진동에 강해 엔진 주변 소재로 쓸 수 있다. 엔진오일을 넣는 용기 소재는 금속이 주류지만, 이 수지를 쓰면 60% 가벼워진다.

미쓰비시케미칼홀딩스는 내년 봄 유럽에 진출해 수지제품 연료탱크나 보닛부품 공동개발을 추진한다. 향후 성장에 유럽이나 미국 자동차업체들과의 거래가 중요하다고 보고 미국에는 이미 4월에 자동차용 합성수지 판매 거점을 마련했다. 도레이는 이탈리아에서 탄소섬유가공 업체를 인수했다.

일본 알루미늄 최대기업 UACJ는 알루미늄으로 자동차소재가 대체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알루미늄 골격재료 업체를 인수했다. 현지 자동차업체에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 유럽과 미국에서는 연비규제가 엄격해지자 철강에서 새로운 경량 소재로 바꿔 극복하려고 시도하는 자동차업체가 많다. 예컨대 BMW는 전기자동차(EV)에 탄소섬유를 사용한 강화플라스틱(CFRP)을 주요골격에 쓴다.

차 소재의 조합기술이나 고성능 촉매의 개발이 진행되고 강도가 철과 비슷하면서도 가볍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독일 화학업체 BASF에 따르면 자동차 시트 골조나 엔진오일 용기 등 초고온이 발생하는 엔진 주변 부품조차 지금까지는 철 소재가 사용됐지만 유럽 차에서는 속속 합성수지로 바뀌고 있다. 미국에서는 포드나 테슬라가 철 대신에 알루미늄을 대량으로 채용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아직 철 의존이 강하다. 자동차업체가 철강업체의 눈치를 본다. 신차 개발 때 긴밀히 제휴하는 도요타자동차와 신일철주금 관계에서 보듯이 자동차와 철강의 결속은 단단하다. 이 때문에 일본 화학업체로선 철강 대기업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일본 자동차 대기업과 철강 대기업이 협력해 자동차 경량화를 주도해 왔다는 평가도 있지만, 주소재가 합성수지·알루미늄으로 변하는 시대에는 고립될 수 있다고 신문은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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