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부 지자체 공무원의 '복지부동'
“바빠서 업무에 협조할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 지역 홍보는 안 해줘도 됩니다.”

기자가 얼마 전 ‘대한민국 도시 이야기’ 취재 준비를 위해 한 지방자치단체 공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자 이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 관계자는 “취재에 응하려면 사전에 준비해야 할 자료가 많지 않느냐”며 퉁명스러운 반응이었다.

본지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함께 지난달 3일부터 ‘대한민국 도시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민선 지방자치 실시 이후 달라지고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생생한 모습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지역의 현안과 개선점을 찾아 지역 발전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지금까지 전남 순천시를 시작으로 경북 포항시, 경기 여주시 및 용인시, 충남 천안시, 경북 안동시 등 6개 도시를 찾았다.

해당 지자체 반응은 뜨거웠다. 조충훈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순천시장)은 “중앙 언론사가 심층 취재를 통해 달라진 지자체의 모습을 이렇게 자세히 보도한 것은 한국경제신문이 처음”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기업 유치와 규제개혁을 위한 포항시의 노력이 다른 지역에까지 상세하게 알려져 뿌듯하다”고 했다. 구본영 천안시장은 “앞으로도 지자체의 혁신 노력을 한경이 앞장서 국민에게 알려달라”고 간곡하게 당부하기도 했다.

“우리 지역도 취재해 달라”는 지자체 신청도 줄을 잇고 있다. ‘왜 우리 도시를 먼저 소개해 주지 않느냐’는 지자체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를 듣는 일도 많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공무원들 중에는 지역 홍보를 ‘남의 일’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홍보를 맡은 공보담당 공무원마저 ‘내가 왜 귀찮은 일을 해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일 때도 있었다. 단체장의 적극적인 지시에도 꿈쩍하지 않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협의회 관계자는 “일하기 싫어하는 일부 지방 공무원들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지방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피해로 돌아간다. 자신이 받는 월급이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