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10개 사립대 총장들이 ‘미래대학포럼’을 결성하고 어제 출범식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인재양성과 우리 사회의 비전 제시에 실패한 점을 자성하고, 교육부의 독주에도 반기를 들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도 계속되는 줄세우기식 입시와 암기식 교육으로는 대학의 존립자체가 위태롭다는 상황인식이다.

‘지성의 전당’이라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 됐지만, 그래도 대학에서 들려온 의미있는 소식이다. 인터넷을 통해 외국 석학들의 강의와 통찰을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시대다. 3개월이면 새 이론이 등장한다고 할 만큼 학문과 지식의 변화가 빠르다. 하지만 대학은 ‘학위의 독점’을 누리느라 이런 변화에 가장 둔감한 집단이라는 지적까지 받아왔다. ‘정체성을 잃고 있는 대학에 아직 등교하는 학생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고맙다’는 김용학 연세대 총장의 말 그대로다. 그 결과 ‘대학 무용론’은 물론이고, 이를 방치하고 조장한 ‘교육부 폐지론’까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총장들은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고등 교육’이라는 사회적 책무만 지우고, 임무 수행에 필요한 자율성과 권한은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저소득층 교육 등 국가가 공적으로 수행해야 할 기능도 대학에 떠넘겨졌다. 포럼은 등록금 등 민감한 재정문제도 거론했다. 지식의 수명이 짧아지고, 새로운 연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정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총장들은 수년째 등록금이 동결돼 있다 보니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줄을 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발주처의 입맛에 맞는 논문과 정책의 양산이 대학과 정부의 경쟁력을 공히 저하시킨다는 지적이다.

총장들의 자기고백도 맞고, 교육부의 낡은 규제 간섭에 대한 지적도 옳다. 타성과 기득권에 젖어 순위 싸움만 했다는 반성에 특히 주목된다. 대학 스스로 변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당연히 교육부는 더 변해야 한다. 미래대학포럼 모임이 시도하는 변화가 모든 대학으로 퍼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