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만 바꿨을 뿐인데…"대박 났네"
KGC인삼공사에는 오래된 숙제가 있었다. 청소년과 중장년층에 국한된 소비자층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제품이 ‘홍삼 에브리타임’이다.

2010년 한 영업사원이 정관장 매장 점주들을 통해 들은 고객 불만이 제품 개발의 시작이었다. “병이나 파우치로 된 홍삼은 등산 등 야외활동을 하면서 먹기가 불편하다”는 불만이었다. 영업사원은 이 의견을 본사에 전달했다. 인삼공사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에브리타임을 개발했다. 기대하지 않던 효과가 나타났다. 20대와 30대가 홍삼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내용물은 똑같고 포장만 바꿨는데 고객층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커피봉지에 담은 홍삼

포장 등 패키징만 바꿔 히트상품이 된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에브리타임의 올해 1~5월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8% 늘었다. 커피믹스처럼 휴대하기 간편하게 만든 게 성공 비결로 꼽힌다. 최근엔 드라마 ‘태양의 후예’ 간접광고(PPL) 효과도 봤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등산 등 야외활동 때 마실 수 있도록 개발했는데 의외로 젊은 직장인들의 반응이 좋다”고 했다. 포장 크기가 작아 사무실에서 먹을 때 ‘혼자만 건강을 챙기느냐’는 동료들의 핀잔을 피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이다.

처음처럼 포켓용 소주는 병뚜껑 부분에 컵을 얹어 인기를 끈 제품이다. 등산 캠핑 낚시 등 레저용으로 개발했다. 기존 포켓용 소주 시장은 200mL가 주를 이뤘다. 롯데주류는 레저활동을 하면 여러 사람이 함께 마실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양을 360mL로 늘렸다. 병뚜껑 부분에 컵도 부착했다. 이 아이디어는 서울 지역 포켓용 소주 시장에서 처음처럼을 1위로 올려놓았다. 병 소주 시장에선 여전히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1위다.

업계 관계자는 “용기와 포장 등 패키징이 단순히 제품을 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4월 ‘얼려먹는 야쿠르트’를 내놨다. 기존 야쿠르트 용기의 바닥 부분에 뚜껑을 달았다. 이용자들이 야쿠르트를 얼려먹을 때 용기 뒷부분을 이빨로 뜯어낸 뒤 먹는 것에 착안했다. 이 제품은 ‘야쿠르트 아줌마’ 근무일 기준 하루에 20만개씩 팔린다.

○스탬프서 아이디어 얻은 쿠션

화장품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선크림을 ‘쿠션’ 형태로 만든 ‘아이오페 에어쿠션 선블록’을 내놓아 돌풍을 일으켰다. 쿠션은 파운데이션, 메이크업베이스 등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제품이다.

이 제품은 아모레퍼시픽의 한 연구원이 주차 확인 스탬프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스탬프 안에 스펀지가 들어 있어 주차티켓에 잉크가 균일하게 찍히고 흐르지도 않았다. 그는 스탬프의 원리를 응용하기로 했다. 작은 구멍이 뚫린 스펀지인 발포 우레탄 폼에 액상 선크림을 흡수시켜가며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80여만개의 구멍이 뚫린 발포 우레탄 폼이 내용물을 가장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용기 혁신의 사례는 오래전에도 있었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아이스크림이었다. 당시 상인들은 고민이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컵에 담아 팔다 보니 컵이 동나기 일쑤였다. 찰스 E 맨체스라는 상인은 박람회에서 본 황소뿔 모양의 밀가루 과자 ‘자라비아’를 보고 힌트를 얻어 과자를 거꾸로 뒤집은 뒤 아이스크림을 담아 팔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콘은 박람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전파됐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