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 공개를 계기로 유럽연합(EU)이 탈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회도 EU 기관과 각국 정부의 조세 부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유럽의회 특별조사위원회는 앞으로 1년간 EU 기관과 각국 정부가 조세회피처 및 탈세브로커 로펌 등과 공모해 기업과 부자들의 탈세를 도운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8일 밝혔다.

65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는 파나마 정부 관리와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유럽의회 국민당그룹(EPP)의 부르크하르트 발츠 의원은 “유럽의회는 탈세 방지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를 밝히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아울러 조세회피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을 방해하는 국가 이기주의에도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지난 4월 파나마의 최대 로펌이자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높은 모색 폰세카의 1977∼2015년 기록을 담은 방대한 양의 내부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통해 각국 전·현직 정상과 유명인사 등의 역외탈세 의혹이 불거지자 전 세계가 세무조사 등 후속 조치에 속속 나서고 있다.

EU 경쟁당국도 기존의 다국적기업 탈세 조사와 아울러 이 자료에 드러난 역내 인사와 기업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EU 각국은 탈세 추적에 협조하지 않는 조세회피처를 독자적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제재 여부도 개별 국가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로 파나마와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를 제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EU는 다국적기업에 대한 세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EU 재무장관들은 지난 3월 회의에서 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에 대한 각국 세무당국의 정보를 상호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EU의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다국적기업은 매년 세무당국에 매출액과 세전 이익, 소득세 납부 현황, 직원 수, 자본금과 자산액 등을 신고해야 한다. EU 회원국들은 이 같은 세무 정보를 공유하고 다국적 기업의 탈세를 방지하는 데 상호 협력할 계획이다.

EU 역내의 법인세 탈세 규모는 연간 700억 유로(약 9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