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엊그제 베이징에서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북핵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전제 조건임을 줄곧 강조해 왔기에 주목을 끈다. 북한 7차 당대회의 핵심기조인 핵 경제 병진 원칙도 간접 승인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확연한 태도 변화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북·중 간 해빙 무드는 간단히 넘길 사안은 아니다. 물론 외교만이 아니다. 정치 사회 모든 면에서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 마오이즘 즉, 보수로 회귀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시진핑 1인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학자들이 대학교에서 마르크시즘 교육을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된다. 중국 당국은 한술 더 뜬다. 마르크스 서적을 강의에 사용하는 정도에 따라 대학을 평가하겠다고 한다. 이들은 중국 청년들이 서구 경제학에 세뇌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학계가 서구식 경제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외친 지 불과 10년도 채 안 된 상황이다. 언론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고 시진핑 찬가는 중국 방송에서 자주 들리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을 선전하는 간판도 베이징 시내 곳곳서 눈에 띈다. 중국 정부는 문화혁명 시대를 방불할 만큼 국민 생활에 직접 간섭하려 하고 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이나 후진타오의 조화론은 찾기 힘들다. 중화제국을 건설하겠다는 대국굴기의 깃발만 보인다. 개혁에 대한 반동으로 마오로 회귀하려는 네오마오이즘(Neo-Maoism) 시대의 개막일 수도 있다. 중국이 시장경제 전환 과정에서 축적돼 온 모순들을 정면에서 개혁하지 않고 다시 원점 회귀나 보수주의로 끌고간다면 더 큰 모순을 만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권력 집중을 통한 개인 권력의 강화는 중국 정치의 갈등만 심화시킬 것이 확실하다. 낡은 공산당 독재의 한계가 그대로 노정된다. 우리는 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보편가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것은 중국의 발전과 동북아 평화에도 기초가 된다.

시진핑 임기가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중국의 권력 내부에 심상찮은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그러나 그런 가능성이라면 위험하다. 중국 정치의 혼란은 주변국들에도 깊은 파장을 미친다. 중국에서 보수 회귀의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