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매장에 입점한 토니모리.
세포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매장에 입점한 토니모리.
지난 5월 토니모리 본사에 세포라 유럽 구매 담당자(MD)가 찾아왔다. 그는 “토니모리 제품이 처음 예상치보다 3배 이상 팔렸다”며 “2주 안에 물량이 동날 것 같으니 물건을 빨리 보내달라”고 했다. 토니모리는 첫 주문량의 2배에 달하는 200억원어치를 급하게 발주했다.

화장품 본고장 유럽에서 토니모리는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세포라 유럽 825개 매장에 납품한 물량이 대부분 팔려나갔다. 한국 브랜드 최초로 지난 5월13일 세포라 유럽에 진출한 지 한 달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은 ‘매직푸드 바나나 핸드밀크’, ‘순수에코 대나무 수딩젤’이다. 세포라 MD는 “한번에 같은 제품을 여러 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 몇몇 제품은 매진됐다”며 “입점 초기부터 물량이 소진된 것은 유럽 세포라 내에서도 드문 일”이라고 했다.

세포라는 세계 최대 패션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화장품 편집숍이다. 세계 화장품 업체들 사이에서 ‘꿈의 무대’로 불리는 이곳은 입점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한국 브랜드 중 세포라에 진출한 것은 토니모리가 처음이다.

토니모리는 세포라 유럽 본사와 2년간 협의하며 입점을 준비했다. 먼저 세포라 유통 채널을 분석하고 소비자 수요를 조사했다. 토니모리만의 차별화된 특징을 현지인들의 취향에 맞게 소개하는 게 관건이었다. 현지 소비자의 피부는 한국인과 다르다. 유럽인은 대체로 동양인에 비해 피부가 얇고 자외선에 약하다. 유럽 기후도 한국과 다르다. 여름에는 건조하고 겨울에 습하다. 피부를 진정시키는 대나무 수딩젤 등 현지 여건에 맞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기로 결정했다. 복숭아 립밤, 바나나 핸드크림 등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용기 디자인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 것으로 판단했다.

릴리안 비노 세포라 유럽 부사장은 “유럽에 K뷰티 브랜드를 소개하고 싶어 한국의 여러 업체를 알아봤다”며 “그중 토니모리는 제품 가격이 합리적이고 품질이 우수했다”고 말했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유럽 소비자들은 브랜드 인지도만 보고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다고 비노 부사장은 설명했다.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괜찮으면 생소한 브랜드 제품에도 지갑을 연다는 얘기다.

그는 “토니모리 기초 제품 가격이 합리적이다 보니 예전에는 기초화장품을 잘 사지 않던 20대 소비자들도 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토니모리의 특이한 디자인도 눈에 띄었다”며 “남들과 다른 새로움은 세포라가 지향하는 가치”라고 덧붙였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아직 입점 초기라 마케팅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인기가 높다”며 “유럽에서 K뷰티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