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인구 감소에 따라 현역 입영 대상이 줄어들자 2023년부터 대학 등에 남아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연구요원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최근 서울대에서 열린 기초과학 좌담회에 참석한 팀 헌트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명예연구위원과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염한웅 포스텍 교수는 이 같은 방안이 대학의 기초 연구 역량은 물론 과학계 사기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연구실에서 석사를 밟으려던 학생이 벌써 찾아와 군대에 갔다가 해외로 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며 이미 현장에 충격이 밀려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팀 헌트 명예연구위원은 “이 같은 방침이 확정되면 이는 재앙(disaster)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미국도 한때 국립보건원(NIH) 등이 3년의 대체복무 제도를 운영한 사례를 들었다. NIH는 거의 모든 연령대의 의학박사와 이학박사들이 모인 곳이다. NIH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지금은 세계 생명과학계를 움직이고 있다.

팀 헌트 명예연구위원은 200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앤서니 레깃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 사례를 강조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아시아 문학을 공부하다가 22세 때 물리학으로 전공을 바꾼 촉망받는 학생이었지만 군대를 가야 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소련이 스푸트니크 위성을 쏘자 영국 정부가 물리학자 육성에 나서면서 군대에 가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