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세종대왕 태어나신 날

[국어와 영어]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수레의 두 바퀴를 부모라 치면/ 이끌어 주시는 분 우리 선생님/ 그 수고 무엇으로 덜어드리랴(하략)…오월에도 보름 날로 날을 받아서/ 세종날을 스승의 날 삼았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걱정 안끼쳐(하략)….”

‘동요의 아버지’로 불리는 윤석중 작사, 김대현 작곡의 ‘스승의 날 노래’다. 지난 5월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그런데 이 노랫말은 우리가 익히 아는,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로 시작하는 ‘스승의 은혜’(강소천 작사, 권길상 작곡)와는 전혀 다르다. 이 날을 처음 기념하기 시작한 대한적십자사에서 애초 보급한 노래는 이 ‘스승의 날 노래’였다고 한다. 스승의 날은 대한적십자사 중앙학생협의회에서 1963년 스승의 고마움을 기념하는 사은행사를 연 데서 비롯했다. 처음에는 5월26일이었다. 대한적십자사가 국제적십자연맹에 가입한 날을 잡은 것이다. 그 뒤 스승의 날과 국제적십자연맹 가입일이 별 연관이 없어서 날짜를 지금의 5월15일로 바꿨다.

이날이 스승의 날로 정해진 데는 까닭이 있다. 스승의 날 노래에 그 단서가 드러나 있다. ‘세종날을 스승의 날 삼았습니다.’ 이날이 바로 세종대왕 탄신일인 것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한민족의 큰 스승으로 받들고 기린다는 의미에서 세종대왕이 태어난 날을 스승의 날로 삼았다. 그래서 한글학회를 비롯해 한글 단체들은 이날 따로 ‘세종날’ 기념행사를 연다. 올해가 탄생 619돌이다.

한글이 한자에 치이고 영어에 밀려 앓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우리 글자로 글을 읽고 쓰게 해 겨레를 깨우친 세종대왕이 오늘날 한글의 혼탁한 모습을 본다면 아마도 땅속에서라도 통탄할 것 같다. 표기의 난맥상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발음의 왜곡은 그것을 심각하게 보는 사람들조차 없어 더 큰 문제다. 한글 맞춤법 교육도 잘 안 되지만 발음교육은 거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만하다. ‘표준발음법’은 4대 어문규범 중 하나인 표준어규정에 들어 있다. 그런데 이를 접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언중 사이에 대표적으로 발음이 왜곡돼 알려진 말이 전보에서 살펴본 ‘학여울’이다. 서울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지점인 학여울은 한자어 ‘학탄(鶴灘)’을 밀어내고 우리 곁으로 다가온 고유어다. 문제는 학여울의 발음에 있다. 열에 아홉은 이를 [하겨울]로 발음한다. 그대로 방치했다간 우리말의 발음체계가 무너질 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항녀울]이 올바른 발음이다. 학여울역 이용객 중 역 이름을 주의 깊게 살펴본 사람이라면 그곳 로마자 표기가 ‘Hangnyeoul’로 돼 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만일 [하겨울]로 발음한다면 그 표기는 ‘Hagyeoul’이 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발음이고 틀린 표기이다. 세계화 시대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1500만 명 가까이 되는 요즘 더욱 간과해선 안 될 문제다.

‘학’과 ‘여울’이 어울려 생긴 학여울은 두 번의 과정을 거쳐 발음이 [항녀울]로 난다. 우선 우리말 발음에서 ‘음 첨가’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 표준발음법은 <합성어에서, 앞 단어 끝이 자음이고 뒤 단어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인 경우에는 ‘ㄴ’ 음을 첨가해 발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발음할 때 ‘ㄴ’음이 덧나는 것이다. 따라서 1차적으로 [학녀울]로 발음이 바뀐다. 이 [학녀울]은 다시 [항녀울]로 바뀌는데 이는 자음동화 때문이다. 첨가된 ‘ㄴ’음에 영향받아 앞말의 받침 ‘ㄱ’이 비음(콧소리: ㄴ, ㅁ, ㅇ)으로 바뀌어 소리 나게 된다.

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 '추억'과 '기억'에 관한 표현들
[국어와 영어]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젝스키스가 돌아왔습니다. 1세대 아이돌의 귀환이라, 그 당시 그들의 노래를 즐겨듣던 저에게는 꽤 반가우면서도 가슴 뭉클한 소식이었습니다. 또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지나간 추억을 기억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추억’과 ‘기억’에 관한 표현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돌이켜 생각해보니’라는 표현으로 in hindsight를 들 수 있습니다. hind가 ‘뒤쪽의’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뒤(hind)를 본다(sight)는 뜻이지요. 그래서 foresight는 ‘앞을 내다보는 전망’ 혹은 ‘선견지명’이란 뜻입니다. foreleg가 ‘앞다리’ hind leg가 ‘뒷다리’라는 뜻이거든요.

그런데 hindsight is (always) 20/20라는 멋진 표현도 있답니다. ‘지나고 나면 항상 확실하다’ 정도의 의미인데, 여기서 20/20는 ‘완벽한 시력(20/20 vision)’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우리말로 보통 ‘시력이 2.0이다’라고 번역되는 이 표현은 시력 검사를 할 때 20피트(약 6m) 거리에서 글씨가 또렷이 보이는지를 측정한 데서 유래한 단어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결과론적’이라는 말을 쓰는 것처럼 당시에는 잘 몰랐던 것들도 지나고 나면 다 분명해지기 때문에 생긴 표현이라고 하네요. 류시화 시인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아쉽게도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것인데, 그 당시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참 많잖아요.

In retrospect 역시 ‘돌이켜보면’이란 표현인데, retro 역시 ‘다시, 거꾸로’의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간다는 뜻의 ‘복고’를 간단히 retro라고 줄여서 말하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spect가 ‘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prospect가 앞(pro)을 보는(spect) ‘전망’이란 사실도 잊지 않고 계시지요?

끝으로 re라는 접미사는 다시(again)의 뜻이 있기 때문에 remember, recall, remind 같은 단어들은 다 ‘다시 떠올리는 것’이라는 기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거의 공식처럼 외우는 [remind A of B](A에게 B를 떠올리게 하다)라는 표현은 B의 형태가 명사이기 때문에 앞에 전치사 of를 쓰는 것뿐이지, 만약 B 자리에 동사가 오면 앞에 to 부정사를 써서 [remind A to v]의 형태로, 또 B 자리에 문장이 온다면 앞에 접속사 that을 써서 [remind A that 문장]의 형태로 써야 합니다.

늘 그렇지만 ‘그때 그때 달라요’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 영어를 공식처럼, 그리고 암기과목처럼 무조건 외우는 사람에게 영어는 반드시 시험에서 복수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