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이 기대와 달리 해외 선주들의 강한 반발로 난항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용선료의 70% 정도를 가져가는 해외선주 5개사와 채권단의 협상이 견해차만 확인하고 별 소득없이 끝났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한 협상 데드라인이 오늘(20일)인데도, 후속협상 기약이 없어 위기감만 커지고 있다. 낙관적인 무드 속에 협상 당일 8%나 올랐던 현대상선 주가는 이런 불안감 때문에 하루 만에 15%나 급락했다.

어찌보면 예견됐던 결과다. 이런 유의 협상은 타결될 때도 늘 마지막 분초를 다툰다. 하지만 정부 채권단 등은 낙담이 큰 듯 허둥거리고 있다. 협상이 실패하면 해운구조조정이 첫 출발부터 경로를 이탈하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용선료 협상은 해운구조조정의 핵심이고, 실패하면 구조조정의 의미가 크게 퇴색한다. 그런 점에서 협상력의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목표 인하율, 협상 데드라인, 선주별 진행 상황 등 온갖 정보가 공개되는 상황에서 순순히 요구를 들어줄 협상 상대는 없다. 내 패를 까고 임하니 주도권을 넘겨주고 끌려가는 건 당연하다. 우리 측의 조바심을 접한 선주들은 ‘시간은 내 편’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선주들에게도 중요한 일임에도 5사 중 한 곳은 협상테이블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한 곳은 화상으로 참여한 점은 기싸움에서부터 밀렸다는 방증이다.

주먹구구식 협상을 탈피하고 이제부터라도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일정(due date)을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기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번 협상의 데드라인은 20일이라고 정부가 밝혔지만 선주들은 연장을 확신하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유일호 부총리가 ‘협상이 결렬되면 법정관리’라고 재차 확인한 건 적절한 대응이다. 중요한 건 실행의지를 다지고 압박하며, 발언의 무게를 지켜내는 일이다. 한발 한발 후퇴하며 구조조정 지원금을 투입할 명분과 모양새만 찾을 요량이라면 백전백패다. 구조조정 손실은 이해관계자들이 분담하는 게 원칙이다. 해외 채권자라고 특혜를 주거나 예외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세금이나 마찬가지인 지원금을 허투루 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