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상청의 황당한 오보 소동
지난 18일 오후 5시42분께 각 언론사 팩스로 한 장의 ‘긴급 지진 통보문’이 도착했다. ‘강원 횡성군 북동쪽 1.2㎞ 지역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규모 6.5는 1981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관측된 한반도 역대 최대 지진(5.3)을 훨씬 웃도는 강진이다. 지난달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지진과 같은 수준이다. 긴급 통보문에는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고 건물 붕괴 등 피해가 우려되니 주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 바란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런 충격적인 소식은 불과 10여분 만에 오보로 판명됐다. 기상청은 오후 5시53분께 “19일 재난안전 대비 훈련 예행연습을 위해 만든 가상 통보문을 직원이 실수로 잘못 보낸 것”이라고 사과했다.

오보 소동은 기상청 해명대로 직원 실수로 빚어진 일이다. 그럼에도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그동안 기상청이 적지 않은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난달 초 황사와 미세먼지가 국내를 덮친 뒤에야 예보를 내놓는 ‘뒷북 예보’를 했다. “기상 상황을 예보하는 게 아니라 생중계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예보의 ‘기본’인 강수와 기온 분야에서도 많은 오보를 내 ‘오보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고질적인 납품 및 인사비리로 ‘비리청’이라는 낙인이 찍힌 지 오래다. 올해 초에는 산하기관인 기상산업진흥원 이모 원장이 민간 업체로부터 향응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해임됐다. 그는 2013년 기상청이 비리를 없애고 조직을 개혁하기 위해 출범시킨 창조개혁기획단의 수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도 고윤화 청장을 비롯한 기상청 관계자들은 “비리 책임은 민간 업체에 있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끼리끼리’ 문화가 기상청을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청 내부에 S대와 Y대가 파벌을 이뤄 투서와 음해가 난무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뿌리 깊은 기상청에 자발적인 개혁을 주문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오보청과 비리청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발전적 해체’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