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형차 시장이 풍년이다. 막강한 상품성을 갖춘 매력적인 신차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여기에 쉐보레는 9세대 말리부로 도전장을 냈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겠다는 계산이다. 때문에 글로벌 생산 차종임에도 한국 시장 요구를 적극 반영했다. 그중에서도 1.5ℓ 터보는 그야말로 '딱 한국 스타일'이다.

[시승]3040 취향저격, 쉐보레 말리부 1.5ℓ 터보

중대형 성능개발팀 김재일 팀장은 "말리부 1.5ℓ 터보는 국내 30~40대 가장을 위한 최적의 패밀리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 말리부가 미국 본사를 중심으로 개발됐던 것과 달리 신형의 경우 개발과정부터 한국 사정에 맞췄다.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치고, 여기서 얻은 핵심 요구 사항을 최대한 반영했다. 넉넉한 실내 공간, 높은 효율, 적당한 성능, 부드러운 승차감, 첨단 편의품목 등이 주 내용이다.

김 팀장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중형차 소비자들의 진짜 속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뛰어난 성능, 단단한 승차감, 무거운 운전대보다 오히려 적당히 부드럽고 운전하기 쉬운 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신형 말리부에 그대로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기름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에도 높은 효율에 대한 요구는 꾸준했다고 전했다. 그는 "1.5ℓ 터보는 성능보다 효율에 맞춰 2.0ℓ에 없는 에코 스탑&스타트 모드를 더했다"며 "사전계약의 75%가 1.5ℓ 터보를 택한 것을 보면 소비층 취향을 적중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시승]3040 취향저격, 쉐보레 말리부 1.5ℓ 터보

시승은 서울 서초구에서 인천 송도를 왕복하는 약 110㎞ 구간에서 이뤄졌다. 신형 말리부를 운전하며 달리는 뒤쪽으로 한국지엠 직원들이 구형을 타고 따라왔다. 구형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들어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디자인이다. 반면 처음으로 마주한 새 얼굴은 살짝 어색했다. 너무 세련되고 날렵해진 느낌이 어딘가 낯설다. 하지만 금방 적응이 되고 보니 훨씬 예쁘다. 늘씬하게 다듬어진 모습이 다시 한 번 눈길을 끌게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실내는 단순하다. 계기판과 중앙 모니터는 한 눈에 들어오도록 정직하게 디자인 됐다. 시트와 센터콘솔, 대시보드 등에 적절히 부드러운 가죽을 적용했다. 시트는 요추지지와 열선, 통풍까지 가능하다. 센터페시아는 단순하다. 모니터 아래로 공조조절 장치만 있고 나머지는 수납공간이다.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등 멀티미디어 기능은 터치 스크린으로 조작 가능하다. 미국 브랜드 답게 곳곳에 컵홀더와 수납공간이 충분하다. 센터콘솔 앞쪽으로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이 마련됐다. 충전을 하는 동안 스마트폰 화면을 볼 수 없는데 안전을 위한 설계라고 한다.

[시승]3040 취향저격, 쉐보레 말리부 1.5ℓ 터보

주목할 만한 건 뒷좌석이다. 밖에서 보면 약간 쿠페형으로 C필러가 흐르는 느낌인데 실내는 의외로 공간 확보가 잘됐다. 머리와 무릎 공간 모두 쾌적한 편이다. 어린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 넷이 타더라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휠베이스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휠베이스는 2,830㎜로 경쟁차인 쏘나타보다 25㎜ 길고 그랜저보다는 15㎜ 짧다.

김 팀장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편안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휠베이스를 최대한 확보했다"며 "경쟁사 대형차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앞쪽 엔진룸과 뒤편 트렁크 중량까지 철저히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중형 세단 경쟁에서 뒷좌석 공간에 대한 중요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시승]3040 취향저격, 쉐보레 말리부 1.5ℓ 터보

시승 코스는 시내와 고속도로가 적절히 섞인 구간이어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이 때마다 기본적으로 오토 스탑&스타트가 작동하는데 공조장치의 온도를 가장 낮거나(Lo) 높게(Hi) 설정해 놓으면 엔진이 완전히 멈추지 않는다. 효율을 위해 오토 스탑&스타트를 최대한 길게 유지하려면 온도를 적당한 수준에 맞추고 A/C 버튼의 색상이 에코를 의미하는 초록색을 띄도록 설정해 두면 된다. 그러면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운전자가 고효율을 요구한다고 인식, 스탑 모드를 최적화한다.

저속에서 운전대는 굉장히 가볍다. 구형과 비교해 차이가 단번에 느껴질 정도로 가벼운 느낌이다. 하지만 속도를 높이면 슬슬 단단해지며 안정감을 되찾는다. 브레이크도 마찬가지다. 저속에서는 부드럽게 밀리는 느낌인데 고속에선 답력이 더해지며 보다 민첩해진다. 저속에서 운전의 편의성을 높이고 고속에선 안정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가속은 아주 명쾌하고 시원스럽지는 않다. 다만 고단으로 가면 부담없이 원하는 수준의 주행이 가능하다. 동력계는 6단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166마력, 최대 25.5㎏·m의 성능을 낸다.

[시승]3040 취향저격, 쉐보레 말리부 1.5ℓ 터보

특히 만족스러운 건 정숙성이다.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다. 약간 과장하자면 공회전시 엔진음이 아주 희미하게 들린다. 조수석에 앉은 동승자도 동의한 부분이다. 엔진음은 물론이고 배기음, 풍절음, 노면음이 거의 완벽하게 차단됐다. 급가속으로 엔진 회전수가 치솟거나 아주 고속으로 주행하지 않으면 소음과 진동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근래 시승해 본 차들 중에서 가장 이상적이다.

시승을 마친 후 계기판 트립에 표시된 평균효율은 11.8㎞/ℓ였다. 중간에는 최고 12.0㎞/ℓ를 찍었다. 가장 최고급 트림에 19인치 휠과 타이어를 장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표시효율 못지않은 기록이다. 복합효율은 16, 17인치 휠이 ℓ당 13.0㎞, 19인치 휠이 12.5㎞다. 크게 효율에 신경쓰지 않고 평소 자유로운 운전습관대로 주행했기 때문에 조금만 더 신경쓰면 효율 높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시승]3040 취향저격, 쉐보레 말리부 1.5ℓ 터보

김 팀장은 10년 만에 본인 소유의 차를 바꾼다고 했다. 본인이 중형 세단의 보편적인 소비층인 3040이라며, 말리부 1.5ℓ 터보 LTZ 트림에 파란 외장색과 17인치 타이어를 선택했단다. 가격은 2,310만~3,181만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