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개혁과 개방, 북한 경제의 유일한 출구
‘김정은에 의한, 김정은을 위한 대관식.’ 36년 만에 열린 북한의 제7차 조선노동당 대회가 지난 9일 3박4일 일정을 마쳤다. 김정은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3대 세습의 유일영도체제를 공고히 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함으로써 외견상 자신의 시대가 열렸음을 대내외에 드러냈다. 또 당중앙위원회 인물을 절반 이상 교체해 집권기반의 안정성도 확보했다. 이튿날 주민 10만명이 운집한 군중시위는 김정은에 대한 ‘충성과 복종’의 튼튼한 버팀목임을 과시했고, 당대회 이후 지역별 군중대회를 개최하면서 유일영도체제가 완성단계에 접어든 모습도 연출했다. 이런 겉모습만 보면 제7차 당대회는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린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당대회 이후의 모습은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이번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 주체혁명의 유산을 재탕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발전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유일영도체제의 기반이 취약해졌다는 평가다. 그리고 구체성이 결여된 핵·경제병진노선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 청사진을 제시하고 자강력제일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결국 핵·경제병진노선 하의 자강력제일주의는 핵무력을 앞세운 ‘선핵정치(先核政治)’로의 보폭을 넓혀 가겠다는 속내다. 선핵정치는 자력갱생을 더 강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개혁·개방을 통한 민생문제 해결의 길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선핵과 민생은 양립할 수 없는 정책이며, 이는 민생문제 해결을 더 요원하게 한다는 게 문제다.

이번 당대회는 118개국 177개 대표단이 참석한 1980년의 6차 당대회와 달리 외빈 참석 없이 ‘철저히 통제된 내부행사’로 진행됐다. 이는 선핵정치가 국제사회에서 외면받아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제7차 당대회는 보편적 가치규범을 훨씬 더 훼손시켰다는 점에서 역대 최악의 당대회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단 하루의 군중시위를 위해 10억달러를 들인 것은 주민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이는 앞으로 군중동원의 속도전을 더 압박할 요인이기 때문에 민심이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벌써 ‘만리마 속도창조운동을 창조하자’는 독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군중동원의 속도전은 일시적인 노동투입으로 단기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자본과 기술투입이 없는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또 속도전의 관행이 지속되면 될수록 노동착취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제7차 당대회 이후 김정은의 첫 공개행보는 인민 경제현장이었다. 지도자가 경제현장을 찾아 민생향상을 위해 경제회생 내지 발전의 방안과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다. 이런 행보를 통해 민생경제 발전에 주력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한 통치행위다. 그러나 현장에서 자강력제일주의가 ‘만능의 보검’임을 강조한 김정은의 의도는 선핵정치에 기반한 민생경제발전을 강조한 것이지, 민생경제 우선노선으로 선회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선핵정치를 고집하는 한 민생경제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북한경제의 발전수준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 스스로 자본과 기술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다. 자본과 기술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개혁과 개방이다. 개혁은 체제의 비효율성을 없애고 개방은 대외관계에서의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개혁과 개방이란 근원적 변화만이 북한 민생경제의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한국과 국제사회는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이끌어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조영기 < 고려대 교수·북한학·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bellkey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