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기 질’이 세계 180개국 중 173위로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소식이다.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2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환경성과지수(EPI)’ 조사 결과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노출정도가 180개 나라 중 174위이고, 이산화질소 노출 정도는 ‘0’점으로 꼴찌를 기록했다고 한다. 인터넷 포털 등에서는 이 결과를 두고 ‘아프리카보다 못하네’, ‘역시 헬 조선답다’는 등의 자조가 넘친다. 사실이라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조사 신뢰도와 관련해 짚어볼 부분이 많다. 우선 선진국들이 대거 하위권에 몰려 있다. 일본의 순위가 172위로 우리와 비슷하고, 독일과 벨기에는 177위와 178위다. 네덜란드가 180위로 꼴찌다. 일본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만한 결과다. 미세먼지 문제가 만만치 않지만 서울 공기가 깨끗해지고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2002년부터 발표된 환경성과지수는 신뢰도가 높지 않다. 어떤 모델인지 불분명하고, 연구자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개입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PI는 현장 조사 대신 위성사진을 활용한다. 일정 면적의 대기오염도를 위성을 통해 조사하는 방식이라 서울 도쿄 같은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가 있는 나라의 점수가 짜다. 대기 질뿐만 아니라, 연구진이 자의적으로 설정한 개선목표를 달성했는지도 점수에 반영된다.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됐지만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는 변함이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이 지수를 보도할 때 고려할 점을 몇 차례 안내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그럴 줄 알았다’거나 ‘빨리 이 나라 떠나는 게 답’이라는 식의 자학적 댓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더구나 이 조사는 올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때 알려진 내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동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환경문제라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키우고 보자는 이른바 ‘환경족’이 개입한 것인지도 궁금하다. 환경부는 해외연구자들에게 자료요청을 받지도, 데이터를 제공하지도 않았다며 소극적이다. 이 무슨 황당한 소동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