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회의…당청 재편으로 20대 국회 출범전후 회동 관측
'비박계 비대위' 구성에 '님∼행진곡' 놓고 당청간 긴장 기류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하고 새누리당이 비상대책기구 인선을 마치면서 여권이 4·13 총선 참패 이후 한 달 만에 당·청의 진용을 재정비했다.

개각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근거하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정진석 원내대표, 내각을 이끄는 황교안 국무총리, 청와대의 이원종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정·청 '트로이카'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일단 당·정·청의 진용이 새로 갖춰진 만큼 조만간 정 원내대표, 황 총리, 이 실장이 한 자리에 모이는 고위급 회동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위 당·정·청은 총선 국면에 본격 접어들기 직전인 지난 2월10일 마지막으로 회동했다.

당시엔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황 총리, 이병기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이후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의 후유증에 최고위원회가 와해됐고, 정 원내대표가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전날 비대위 인선을 겨우 마쳤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비서실장과 일부 수석비서관을 교체했다.

새로 짜인 당·정·청의 면면만 놓고 보면 소통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정 원내대표와 이 실장의 경우 각각 옛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소속 의원과 충청북도 도지사로서 한 지붕 아래 있었고, 충청권 출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정 원내대표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이 실장 임명을 두고 "나라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앞장서서 분연히 일어서는 사람들이 충청인"이라며 자신과 이 실장이 당·청의 위기를 돌파하는 데 호흡을 잘 맞출 것으로 기대했다.

또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청와대 경제수석에 기용되면서 현기환 정무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현숙 고용복지수석과 더불어 당 출신 수석들이 청와대에 포진한 가운데 정부에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당 출신 각료들이 있어 당·정·청의 '소통지수'는 한층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가 출범하는 이달 말을 전후해 당·정·청이 회동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정부·여당의 소통을 토대로 20대 국회의 '첫 단추'를 잘 꿰자는 취지의 상견례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한국형 양적완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의 해법, 노동시장 개혁의 재추진 등 당·정·청이 힘을 모아야 할 정책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 원내대표가 비박(비박근혜)계 강성으로 꼽히는 김용태 의원을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가운데 비대위 인선도 비박계 위주라는 불만이 친박(친박근혜)계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당·청 관계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없지 않다.

당내에선 정 원내대표가 "계파 청산"을 내세우는 데 대해 앞으로 비대위의 당 운영에서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또 김 의원이 주도할 혁신안 역시 당·청 관계의 재정립을 넘어 청와대와의 거리 두기까지 염두에 두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당장 이날 당청간에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놓고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13일 박 대통령이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과 관련해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도록 국가보훈처에 지시했으나, 보훈처가 기존 입장대로 '합창'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요구해 온 야당이 강력 반발했고, 정 원내대표도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재고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협치(協治)'의 첫 상징처럼 떠오른 '님을 위한 행진곡' 문제가 오히려 당·청 관계의 갈등 요소로 작용할 경우 당·정·청의 회동 역시 한동안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