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 온 '큰손' 재력가들이 하나둘씩 도널드 트럼프에게 기부금을 내기 시작하거나 트럼프 지지를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로 자리잡은 데 따른 현상이지만, 공화당 재력가들이 본격적으로 트럼프 쪽에 가세했다기보다는 아직은 일종의 눈치보기 성격이라는 게 미국 정치 분석가들의 견해다.

15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 힐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네소타 주의 미디어 거물 스탠리 허버드와 텍사스 주의 석유 재벌 티 분 피큰스가 지난 주부터 트럼프 지지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초 트럼프 반대 운동을 한 정치단체 '아워 프린시플'에 돈을 냈던 허버드는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을 "귀족 노조원과 얼빠진 좌파들의 대장"이라며 클린턴보다는 트럼프가 더 낫다고 생각됐기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피큰스의 경우 벤 카슨을 집중적으로 지원했지만 벤 카슨이 경선 하차 후 트럼프 지지로 선회하면서 최근 트럼프 지지를 위한 선거자금 모금 활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주로 활동하는 투자자 토머스 배럭 주니어와 같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부동산 개발로 돈을 모은 더그 맨체스터도 최근 트럼프를 위한 선거자금 모금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난 5일에는 '카지노 재벌' 셀던 아델슨 회장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공화당 '큰손'들이 본격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기 시작하는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대표적인 공화당 '큰손' 코흐 형제를 비롯해 시카고 컵스 야구단 등을 소유한 리케츠 가문, 그리고 유명 헤지펀드매니저 폴 싱어 같은 이들은 아직 트럼프 지지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흐 형제는 클린턴이 공화당의 당시 경선 주자들보다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리케츠 가문의 경우 피트 리케츠 네브래스카 주지사가 지난 6일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지만, 리케츠 지사의 부모가 트럼프 반대 정치단체에 기부를 계속하는 등 가문 전체로는 트럼프와 아직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