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GM 구조조정 성공이 주는 교훈
조선과 해운산업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시끌시끌하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견지에서 미국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사례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파산은 수십만 명의 해고와 수많은 협력회사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산업 구조개혁 태스크포스의 건의를 수용해 공적 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GM에 495억달러를 지원하고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크라이슬러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구제금융 관련 연설에서 “정부는 GM을 소유할 생각이 없으며 보다 강하고 경쟁력 있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GM은 릭 왜고너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제품 혁신에 착수했다. 폰티악, 새턴 등 원가는 높은데 인기는 없는 차종의 생산을 중단하고 비용 절감에 올인했다. 2014년 28억달러의 순이익에 이어 2015년에는 984만대를 판매해 사상 최대 규모인 97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크라이슬러 역시 이탈리아 피아트와의 성공적인 합병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뤘다. 2011년 공적 자금을 조기에 상환했고 올 1분기에만 5억4000만달러의 순이익을 창출했다. 미주 시장 판매 호조에 힘입어 5년 연속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

미국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은 기적 같은 성공 스토리다. 12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 발생을 막고 350억달러를 넘는 세수 창출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이야말로 1등 공신이다. 뉴욕타임스가 ‘단호한 결정’이라고 평한 것처럼 커다란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야당인 공화당과 보수진영은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정부의 적극적 시장 개입으로 반대파로부터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2010년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 다수당 지위를 상실했고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자동차노조(UAW)의 대승적 협력도 중요했다. 임단협 과정에서 대폭 양보해 회사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 6년간 파업 등 단체행동을 자제토록 합의했다. 이중임금 체계도 도입했다. 크라이슬러의 신규 근로자는 시간당 19달러, 숙련 근로자는 28달러를 받았다. GM은 노조 대표 1인이 이사회에 참여해 신뢰 경영 기반이 구축됐다.

유능한 경영인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GM은 공적 자금 관련 의회 청문회에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 “오만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은 왜고너를 자르고 대니얼 애커슨과 메리 바라를 기용했다. 바라는 ‘유리천장’을 깬 최초의 내부 출신 여성 경영인으로 점화장치 결함 사고와 2015년 노사협상을 잘 마무리했다.

크라이슬러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피아트 출신으로 시장 판세를 뒤흔드는 승부사적 기질이 강한 터프한 경영인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히트 모델 출시, 미주 시장 점유율 제고 등을 통해 회사 재건에 성공했다. 많은 전문가들조차 회사 생존 가능성을 의문시했는데 이런 회의론을 불식시켰다.

정부는 돈만 지원하고 구조조정 계획을 스티븐 레트너, 론 브룸, 해리 윌슨 등 검증된 전문가에게 맡긴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

정부 개입에 따른 도덕적 해이 문제가 심화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정부와 기업의 합리적 역할 배분, 노조의 고통 분담 동참, 경영진의 자율적 구조개혁 삼박자가 미국 자동차산업 부활의 성공 조건이었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