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맥주, 북한보다 맛없다?…OB, 새 브랜드 준비 중"
프레데리코 프레이레(한국명 김도훈·사진) 오비맥주 사장이 새로운 맥주 브랜드를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프레이레 사장은 지난 9일 고려대 특강에서 “카스와 하이트 두 브랜드가 오랜 기간 장악하고 있는 한국 맥주 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비맥주는 이달 새로운 형태의 발효주를 출시하고, 크래프트 비어(수제맥주)를 수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맥주 시장에 변화 필요”

프레이레 사장은 “내가 한국에 간다고 하니 사람들이 ‘한국 맥주는 북한 맥주보다도 맛없다’고 했다”며 “한국 맥주 시장에 변화가 없었던 게 이런 평판이 생긴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십 년간 ‘라이트 라거’인 카스와 하이트가 한국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에 ‘한국 맥주는 맛없다’는 얘기가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라이트 라거는 향이 약하고 탄산이 많이 들어 있는 맥주다. 목넘김은 시원하지만 상대적으로 맛이 연하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크래프트비어를 들여올 것으로 보고 있다. 프레이레 사장도 “세계 맥주 시장의 흐름은 크래프트비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AB인베브는 2011년부터 5년 동안 구스아일랜드비어컴퍼니, 골든로드브루잉 등 수제맥주 업체 5곳을 인수했다. 오비맥주는 최근 국내 판매업체 등을 대상으로 크래프트 맥주 시음회를 열었다. 맥주가 아닌 새로운 발효주는 이달 나온다. 맥주의 대체재로 불리는 발효주는 칼스버그가 2012년 국내에 출시한 사과발효주 ‘써머스비’, 배상면주가의 쌀 라거 ‘R4’ 등이 있다.

프레이레 사장은 새 브랜드를 내놓아도 한국 맥주 시장 1위인 카스의 맛과 특성은 그대로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카스는 소주 등 다른 술을 맥주에 섞어 마시는 한국 음주문화와 어울리는 맥주”라고 강조했다.

○“직원 주인의식이 성장 원동력”

브라질 출신 정보기술(IT) 전문가로 1996년 AB인베브에 입사한 프레이레 사장은 공장에서 처음 교육받을 때 만난 맥주제조기계 관리자의 일화를 소개했다. 관리자는 담당하는 기계가 고장나자 “내 기계가 고장났다”고 했다는 것이다. 프레이레 사장은 “‘그 기계(the machine)’가 아니라 ‘내 기계(my machine)’라는 말에서 주인의식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주인은 자기가 맡은 일을 책임지고 문제가 생겨도 남 탓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인의식을 지닌 직원들이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프레이레 사장은 기업문화가 현지 문화와 어우러질 때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김도훈’이라는 한국 이름을 짓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것도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서 5년간 근무했지만 한국 문화는 전혀 다르다”며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사람들이 술을 두 손으로 따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나도 두 손으로 따른다”며 웃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