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엔저 끝? 일본 경제 동요 심상치 않다
일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어제 도쿄 외환시장에선 엔화가 달러당 106.44엔까지 올랐다. 올해 1월만 하더라도 달러당 120엔대를 오르내리던 엔화 가치는 불과 4개월 만에 9% 가까이 급등했다. 어제 일본 주가지수도 3.1% 급락한 16,147에 마감했다. 미국 재무부가 일본을 환율정책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데 따른 여파다. 엔저 시대가 종말을 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주말 일본은행 금융정책회의에서 금융 완화를 더 이상 하지 않고 현상유지를 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아베노믹스의 엔저를 용인해왔던 미국과 일본 간 밀월이 끝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주목된다. 지난달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이 최근 엔화가치 상승은 정상적인 것이라면서 일본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명분은 없다고 말하던 때부터 예고됐던 갈등이다. 미국은 경기부진과 무역수지 적자 등을 들어 인위적인 엔저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일본 정부가 환율 개입을 강행한다면 미국이 제재도 불사할 태세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이 그제 “앞으로 투기적 움직임이 계속되지 않도록 외환시장 동향을 긴장감을 갖고 주시할 것”이라며 환율 개입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배경이다.

주요 국가들의 환율정책에 대한 미국의 강경 대응은 대선정국인 미 정치권의 기류 변화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에게 “환율조작에 의연히 대응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의 보호주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일본 기업들이 손익분기점으로 상정하는 환율은 달러당 117엔대라고 한다. 일본 수출기업으로선 타격이 클 것이다. 벌써 조짐이 보인다. 일본 244개 상장사의 올 1분기 경상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나 감소한 ‘어닝 쇼크’였다. 루 재무장관은 한국에도 “환율정책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터다. 일본 경제의 동요가 남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