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바쁜 아침, 뚝 떨어진 자동차 온도 상승을 위해 휴대전화로 시동을 미리 걸어 둔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차에 오른 뒤 내비게이션 단말기에 목적지를 설정한다. ‘자동주행’ 버튼을 누른 뒤 간밤에 해외에서 온 이메일과 각종 메시지를 차 안에서 바라본다. 선바이저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전화통화를 하면 앞 유리에 상대방 얼굴이 뜨면서 화상통화가 이뤄진다. 그 사이 자동차는 어느 새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현재 기술 상용화를 마친 자동차의 융합 기능이다. 그만큼 자동차 디지털은 이제 인류의 눈앞까지 다가와 있다. 과거 자동차가 ‘성능’으로 표현되는 기계의 물리력, 그리고 디자인으로 통칭되는 시각적 자극에 치중했다면 지금의 자동차는 ‘운전’이라는 기본 역할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자동차와 운전자의 소통
'인터페이스(Interface)'는 사물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매개체를 의미한다. 현재 자동차 인터페이스는 센터페시어를 중심으로 한 기계와의 소통이 전부다. 다시 말해 운전자가 의지에 따라 직접 손을 움직여 기기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버튼을 찾다보면 잠시 시야를 잃을 수 있어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칼럼]자동차, 디지털과 동행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HMI(Human Machine Interface)'로 통칭되는 감성적 소통이다. HMI는 크게 입력, 출력, 로직 부문으로 나누며, 입력 방식으로는 촉각, 비주얼, 음성 3가지 방식이 사용된다. 그러나 대부분 3가지의 적절한 혼용을 통해 소통의 편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에서도 디지털 시대의 대표로 떠오르는 방식은 음성이다. 음성인식의 경우 초창기 몇 가지 단순 음성만 이해했지만 지금은 수많은 나라의 언어 발음이 허용될 만큼 언어장벽이 무너졌다. 가벼운 대화는 물론이고, 운전자 음성의 떨림까지 알아내 감정에 대응하기도 한다. 이외 차선을 이탈했을 때 스티어링 휠에 떨림을 주는 것은 촉각의 대표 방식이며, 문자나 그림, 빛 형태의 경고를 보내는 것은 시각이다. 물론 청각은 경고음 등을 일컫는다.

감성적 인터페이스에서 또 다른 중요한 인자는 실내 쾌적성이다. 인간은 항온동물이어서 대사활동에 따른 열을 방출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의 체온은 연령, 성별, 개인차, 습도, 기류, 의복, 외부환경 등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풀오토매틱 에어 컨디셔닝은 멀티존 공조기능으로 발전했고,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개인별 공조로 확대되고 있다.

한편으로 휴대용 스마트 기기의 발전은 자동차의 네트워크 진화를 가져왔다. 무선망 활용이 가능한 통신이 자동차에 탑재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대표적인 시스템이 바로 '텔레매틱스'다. 통신과 정보의 합성을 의미하는 텔레매틱스는 자동차와 외부를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최근 등장한 현대차 '블루링크(Blulink)', 기아차 '유보(Uvo)'도 텔레매틱스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 TV 기상 캐스터가 아침부터 동장군의 기세를 알려오면 출발 5분 또는 10분 전에 자동차 엔진을 작동시킬 수 있다. 반대로 폭염이라면 에어컨을 미리 틀어 온도를 낮출 수도 있다. 주차 뒤 문을 제대로 잠갔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 차를 훔쳐갔을 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위치파악은 물론 주행하던 차의 엔진도 원격으로 정지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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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에 대한 위험성도 크게 낮춘다. 특히 홀로 운전하다 의식을 잃었을 경우 텔레매틱스는 효과를 발휘한다. 에어백이 터지는 순간 자동으로 구난 소식이 중앙센터로 전달돼 구조를 받을 수 있다. 기름이 떨어졌을 때, 타이어 펑크가 났을 때, 그리고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는 'SOS' 버튼 하나로 지원받을 수도 있다.

▲자동차와 자동차의 소통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시간과 장소, 컴퓨터나 네트워크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환경을 의미한다. 그런데 유비쿼터스가 자동차로 들어오면 자동차 자체가 하나의 통신 수단이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통신 매개체로서의 자동차 기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와 자동차가 서로 통신을 주고받다가 사고 위험을 감지하면 충돌 회피 기능이 발현되는 방식이다. 이미 유비쿼터스 개념의 충돌사고 예방 기능은 완성됐고, 상용화를 위한 시험이 한창이다.

또 하나 유비쿼터스 기능은 도로와 자동차의 통신이다. 도로 자체가 지능형으로 개선될 경우 자동차가 도로와 정보를 주고받아 교통흐름 개선 및 목적지까지 이동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80년대 TV외화로 인기를 끌었던 '전격 Z 작전'의 주인공 자동차 '키트'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앞서 설명한 음성인식 명령을 스마트폰으로 내려 받아 목적지를 설정해 주면 스스로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고, 지능형 도로와 소통하면서 요청한 곳까지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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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똑똑한 내비게이션이 필수다. 초창기 길 찾기 기능의 내비게이션은 단순히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경로 안내에 집중했다. 그러나 요즘 내비게이션은 다양한 기능이 통합되는 추세다. 블랙박스와 후방카메라, 통신 기능도 엮여 있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수신해 가장 빠른 길을 찾아주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내비게이션은 결코 홀로 발전하지 않는다. 광대역 통신 단말기 역할과 다른 자동차와의 소통까지 감당해 낸다. 게다가 새로운 지도를 받는 것도 통신망을 이용해 스스로 한다. 운전자가 굳이 메모리카드를 빼어 내 PC에서 내려 받을 일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심지어 통합 컨트롤러를 통해 목적지를 직접 작성, 입력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컨트롤러 위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쓰면 내비게이션이 해당 지역을 찾아 화면에 표시를 해준다.

내비게이션은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연동되기도 한다. 운전자가 길 안내를 받을 때 센터페시어로 시선을 돌리지 않도록 유도한다. 앞 유리에 투영된 그림이 가야 할 길의 방향을 정확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 실현을 위해선 케이블로 연결된 장치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 부품업체가 유기적으로 모여 센서를 통한 부품통합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를 들어 가속페달을 밟으면 센서가 밟은 힘을 측정, 신호를 보내면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흡입구의 개폐량이 조절되는 방식이다. 페달 뿐 아니라 속도가 오르면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이 무거워지는 것도, 코너를 돌아나갈 때 발생하는 횡력이 입력되면 서스펜션의 감쇄력이 변하는 것도 모두 전자식 신호로 해결된다. 따라서 특정한 부품업체 홀로 유비쿼터스 시대를 열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통적인 기계 부품업체라도 IT 기능과 전자장치의 결합을 최대한 많이 끌어들여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