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마인크래프트 만든  마르쿠스 페르손
“한 투박한 스웨덴 게임이 세계 수백만명의 아이에게 디지털 세상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을 ‘마인크래프트 세대’라 부를 만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4일 ‘마인크래프트 세대’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마인크래프트가 세계적으로 1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게임 역사상 테트리스와 닌텐도의 위스포츠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린 게임”이라고 전했다.

마인크래프트는 ‘디지털 시대의 레고’로 불린다.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서 이용자는 네모난 블록을 쌓아 집과 마을, 비행기, 항공모함, 놀이공원 등 상상하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개발자는 스웨덴 사람인 마르쿠스 페르손 모장(Mojang) 창업자. 그는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게임개발사인 모장을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팔아 단숨에 억만장자에 올랐다. 그가 보유하고 있던 모장 지분은 71%였다.

힘든 어린 시절, 컴퓨터로 달래

페르손은 스웨덴에서 1979년 태어났다. 7세 때까지 인구 약 4000명의 작은 마을인 에스뷘에 살았다.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었다. 그곳 아이들은 여름엔 축구, 겨울엔 밴디(아이스하키의 일종)를 하며 놀았다. 페르손은 몇 시간이고 집에서 레고를 갖고 노는 게 더 좋았다. 컴퓨터를 접한 것은 7세 때다. 철도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코모도어 128’이란 컴퓨터를 가져왔다. 그는 금방 컴퓨터에 푹 빠졌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으로 이사가면서 더욱 컴퓨터에 애착을 가졌다. 새 친구들을 사귀기 힘들었던 탓이다. 그의 어머니는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학교를 빠지고 집에서 컴퓨터를 한 적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페르손을 표지 모델로 내세운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그의 부모는 그가 12세 때 이혼했다”며 “힘든 시절을 보내던 그에게 컴퓨터는 안식처였다”고 설명했다.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던 그의 아버지는 절도죄로 감옥에 다녀왔고 결국 2011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여동생도 가출해 약물 중독에 빠졌다. 페르손 자신도 한동안 조울증을 겪었다.

어린 그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둔 것은 컴퓨터 잡지 뒤쪽에 실린 코드 때문이었다. 페르손은 2013년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코드를 그대로 입력해 게임을 만들었지만 그때의 짜릿함은 평생 잊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그는 수업을 다 빠지고도 마지막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A학점을 받았다. 빨리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어 고등학교는 중퇴했다.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 한동안 웹디자이너로 일했다.

만드는 짜릿함으로 아이·어른 모두에게 인기

페르손은 2005년 미다스플레이어라는 회사에 게임 개발자로 들어갔다. 훗날 ‘캔디크러시 사가’를 제작해 흥행시킨 킹의 옛날 이름이다. 그는 두 가지 기회를 찾았다. 미다스플레이어는 작은 게임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페르손처럼 게임 개발자로 처음 일을 시작한 사람이 능력을 키우기에 좋았다. 두 번째는 단짝 친구인 제이컵 포서를 만난 일이다. 둘은 퇴근 후 여가시간을 이용해 자신들만의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마인크래프트다. 두 사람은 2009년 모장이란 회사를 창업하고 게임을 시장에 내놓았다. 인디 게임이 그렇듯 반응은 조용했다. 2만카피를 파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 하지만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반응은 폭발적으로 변했다. 2010년 6월이 되자 하루에만 400카피가 팔려나갔다.

포브스는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것이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하기엔 너무 어리고, 장난감을 갖고 놀기엔 성숙한 아이들의 입맛에 맞았다는 얘기다.

NYT는 “블록을 갖고 노는 것은 유럽에선 문화적으로 뿌리가 깊다”고 설명했다.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형상화해 논리적인 사고를 돕는다는 이유에서다. NYT는 “컴퓨터 게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모들도 마인크래프트는 아이들에게 장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블록 놀이의 대표주자인 레고의 데이비드 그램 마케팅 이사는 2014년 와이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마인크래프트를 우리가 개발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레고는 대신 모장과 손잡고 마인크래프트 캐릭터가 등장하는 레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마인크래프트 이용자의 평균 나이는 28~29세다. 여성 이용자 비중이 약 40%를 차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여러 이용자가 가상공간에서 서로 협력하고, 같이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느낌은 어른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페르손은 “내가 처음 게임을 개발했을 때의 짜릿함을 이용자 모두가 느꼈으면 했다”고 말했다.

“마인크래프트 비밀 병기는 노치”

페르손은 마인크래프트를 알리기 위해 돈 한 푼 쓰지 않았다. 이용자들이 게임 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리며 저절로 홍보가 됐다. 그 대신 페르손은 이용자 목소리에 귀를 활짝 열고 게임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포브스는 “마인크래프트의 비밀 병기는 노치”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쓰는 페르손의 별칭이다. 내성적 성격의 페르손이지만 인터넷에선 노치라는 이름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블로그와 포럼, 트위터에서 게임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건의사항을 게임에 반영했다. 노치는 마인크래프트 안에도 존재한다. 턱수염을 기른 그의 얼굴을 닮은 게임 캐릭터가 노치다.

마인크래프트의 창조자인 그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에 비유된다. 그러나 가상이라도 하나의 세계를 관리하는 것은 고된 일이었다. 특히 멀티플레이 서버 유료화 문제로 인터넷 여론이 그에게 비난을 퍼부었을 때 페르손은 마음에 상당한 상처를 받았다. 2014년 9월 MS에 마인크래프트를 넘긴 페르손은 트위터를 통해 자기도 모장을 떠난다고 밝혔다. “돈 때문이 아니라 내 정신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재밌지만 커다란 히트작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또 “나는 트위터에서 말하길 좋아하는 괴짜 컴퓨터 프로그래머일 뿐”이라며 “상징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페르손은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베벌리힐스에 7000만달러(약 794억원)의 저택을 구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단짝인 포서와 러버브레인이라는 회사도 차렸다. 당장 새 게임 개발에 나설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팬들은 언젠가 그가 새로운 게임을 들고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