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레고가 위기 극복한 비결 아는가? 빅데이터가 놓치는 혁신을 찾아라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은 지금까지 세계 77개국을 돌아다니면서 2000곳이 넘는 일반 가정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일반 소비자를 직접 만나 수집한 ‘작은 정보’를 빅데이터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린드스트롬이 최근 출간한 《스몰데이터》는 빅데이터에 매몰돼 놓치기 쉬운 창의적 혁신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2002년 판매 부진으로 파산 직전에 몰렸던 블록 완구업체 레고가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최대 장난감 회사로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도 독일의 한 가정집에서 11살짜리 어린이와 진행한 인터뷰였다. 레고 마케팅팀은 위기 극복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 레고를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블록 크기를 키우고 단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인터뷰 결과는 정반대였다. 어린이들은 예상과 달리 작은 블록을 이용해 정교하게 설계된 레고를 조립하면서 성취감을 느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로봇청소기 업체 룸바가 매출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스몰데이터의 결과였다. 빅데이터는 청소기 소음을 줄이고 부피를 줄이도록 제안했지만 실제 가정에서 얻은 스몰데이터는 소비자들이 로봇청소기를 가전제품이 아닌 애완동물로 취급하며, 기능 못지 않게 귀여운 디자인을 중시한다는 정보를 제공했다.

린드스트롬은 전 세계 상위 100개의 혁신사례 중 65%가 스몰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빅데이터는 과거 패턴을 분석할 뿐 미래를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책에는 ‘거대한 트렌드의 실체를 폭로하는 조그만 단서’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는 빅데이터를 무조건 추종하지 말고 하나의 데이터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추적해 인과관계를 찾는 게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