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가 엊그제 뉴욕의 한국 경제 설명회(IR)에서 추경예산 편성 가능성을 거론했다. 유 부총리의 현지 브리핑은 대체로 올해 3%대 성장을 낙관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지기는 했다. 때마침 IMF가 한국의 성장률을 2.9%에서 2.7%로 낮췄지만, 정부는 3.1%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도 보였다. 국가부채·가계부채 모두 통제가능한 범위라는 것이고, 기준금리도 연 1.5%여서 더 내릴 여지가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하지만 낙관론과 자신감 피력 뒤에 부연한 추경 언급은 지금 상황이 그다지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유 부총리 스스로도 시인한 것이었다. 그가 거론한 ‘필요한 상황’은 중국경기가 더 악화되거나 일본과 유로존의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여러 지표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일본 등지의 마이너스 금리 또한 조기에 종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필요하다면 추경을 편성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게 추경을 짜야 3%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돌려 말한 것일 수도 있다. 3% 낙관론과 추경 필요성의 모순적 상황인식이 함께 나온 배경일 것이다.

추경은 꼭 필요하면 하는 것이다. 부총리 생각이 한 달 만에 바뀌긴 했지만, 추경 자체가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 직접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한국판 양적 완화라며 한국은행 발권력에 기대는 구조조정이나 각 당이 앞다퉈 국민연금에나 손대자는 것보다는 나은 부양책일 수도 있다. 국가부채 증대도 반길 일은 아니지만 정부의 명확한 상황인식과 책임감하에 늘어나는 채무라면 경기가 살아난 뒤 감축을 기약할 수 있다.

문제는 국회다. 여소야대 상황인 데다 야당들은 추경에 부정적이다. 추경뿐 아니라 모든 경제정책에서 새누리당이 다르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요구 또한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여당의 엄호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각오와 용기 없이는 국회를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다. 추경뿐만 아니라 지금부터는 국회 설득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유일호팀의 진짜 풍랑은 중국 경제부진이나 마이너스 금리가 아니라 국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