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문종 메디아나 회장이 서울 방배동 메디아나 서울사무소에서 환자 생체신호 감지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길문종 메디아나 회장이 서울 방배동 메디아나 서울사무소에서 환자 생체신호 감지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환자 생체신호 감지장치’는 수술 환자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장치다. 환자의 호흡부터 맥박, 혈압, 산소포화도 등을 24시간 모니터하는 의료장비다. 환자 상태에 이상이 생기면 즉각 경보음을 울려 의료진에게 알린다.

메디아나는 환자 생체신호 감지장치 국산화 기업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에서 메디아나의 환자 생체신호 감지장치가 쓰인다. 국내에서는 필립스 등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 제품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길문종 메디아나 회장은 “국내 상급 종합병원의 35%, 종합병원의 67%가 메디아나 제품을 쓰고 있다”며 “제품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기술력·제품군 다양화가 강점

이 회사는 혈류 맥박 등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환자 생체신호 감지장치 관련 독자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보유한 특허만 21개다. 전체 매출의 8.5%(지난해 기준)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군도 경쟁력이다. 20여개의 생체 신호를 모니터하는 고사양 환자 생체신호 감지장치는 물론 호흡, 맥박 등 2~3개의 기본 생체신호를 다루는 저사양 장치까지 갖췄다. 이 덕분에 메드트로닉, 지멘스, 옴론 등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도 메디아나의 제품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주문하고 있다.

길문종 메디아나 회장 "보급형 생체신호 감지장치 개발…국내 점유율 1위"
2008년부터는 메디아나 브랜드로 직접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 467억원 가운데 수출 비중은 79%(369억원)에 달했다. 길 회장은 “현재 80여개국에 대리점을 구축했다”며 “ODM 고객을 다변화하는 것과 동시에 자체 브랜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음파 의료기기 전문회사인 메디슨(현 삼성메디슨) 해외영업부에서 일하던 길 회장은 1995년 메디아나를 세웠다. 처음에는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 의료기기를 수입했다. 환자 생체신호 감지장치에 눈을 뜬 것은 휴렛팩커드(HP)의 환자 생체신호 감지장치를 국내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다. 길 회장은 “HP 제품은 고사양 장비라 주로 대형병원에 납품했다”며 “저사양 환자 생체신호 감지장치를 개발하면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수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길 회장은 연세대 의용전자공학과에 연구비를 지원해 저사양 환자 생체신호 감지장치 개발에 나섰다. 호흡, 맥박 등 기본 생체 신호를 모니터하는 YM2002는 이 같은 ‘산학협력’의 결실이다. 그는 “해외 의료기기 전시회에 다녀보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저사양 장치 수요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2000년 이후부터 글로벌 회사와 계약을 잇따라 맺었다”고 설명했다.

○심장제세동기, 중국 판매 허가

심장제세동기(심장 충격기)도 메디아나의 대표 제품이다. 최근 캐나다 호크트리솔루션스에 2020년까지 심장제세동기를 최소 6000대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식품의약청(CFDA)에서 병원용 심장제세동기의 판매허가를 받아 중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메디아나는 환자 생체신호 감지장치에서 측정한 환자의 생체 신호를 자동으로 병원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국내 한 병원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브라질 상파울루, 중국 등에서는 구급차에서 실시간으로 생체 신호와 위치를 전송하는 응급 환자감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길 회장은 “의료 서비스가 정보기술(IT)과 융합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체지방 분석기 전문기업 메디게이트를 인수한 것도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