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끝났다. 5월30일부터 4년 동안 봉사할 ‘선량(選良)’ 300명도 가려졌다. 여야의 승패도 갈렸다.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보내야 마땅하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 안보와 경제의 두 축이 비정상 궤도를 맴도는 국가적 긴장 상태에서 4개월 가까이를 총선 정국으로 날려 보낸 탓이다. 정치권은 총선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한 것은 한마디로 정치를 정상적으로 하는 ‘정치의 정상화’다.

정치 외교 국방 등 국가적 아젠다를 처리하는 데서 19대 국회는 내내 의사무능력자처럼 행동했다. 국회는 토론도 합리적 의결도 이뤄내지 못했다.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노조 등 이해집단의 불법행위를 방조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이 정부가 추진한 소위 4대 개혁과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었다.

운동권 정치의 종식도 이번에 확인된 민심이다. 투쟁 일변도의 운동권 정치는 끊임없이 편을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며 국민을 질리게 했다. 정부가 하는 일이면 무조건 반대하고, 나라가 망해도 현 정부가 실패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라는 오해를 받을 만한 행동들이 찰거머리같이 정치를 지배해온 19대였다. 아니 일부 정치인들은 길거리 갈등이나 분쟁을 민주주의인 것처럼 인식하는 반(反)제도적 행태도 보였다.

특히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선 여야 할 것 없이 계파 간 갈등이 노골화됐다. 새누리당에서는 친박 비박에 진박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친노와 비노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계파는 이념이나 정책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돼야지, 이번처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그런 계파 정치는 파벌정치로 타락할 뿐이지만 선거과정에서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앞으로의 정치개혁을 낙관할 수 없게 하는 요소다.

20대 국회가 19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정치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우선 ‘불임국회’를 초래한 국회선진화법을 폐기해야 한다. 또 개인 비리까지 막아주는 것으로 악용되는 불체포특권과 아무런 말이나 제멋대로 유포하는 소위 ‘막말특권’, 즉 면책특권도 내려놓아야 한다. 100여개가 넘는다는 특권은 스스로 폐지해야 하고, 보수도 근로자 평균소득의 2배가 넘지 않도록 대폭 삭감해야 옳다. 이밖에 국민의 4분의 1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과잉범죄화 입법, 관련 없는 기업인들까지 불러다 호통치는 ‘원님재판’식 청문회도 금지돼야 마땅하다. 또 예산 고려 없이 마구 찍어내는 의원입법, 국가예산에 지역 민원을 끼워넣는 예산야합 등도 잘라 없애야 할 관행이다. 이런 조치들이 곧바로, 그것도 눈에 띄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치는 정상화하기 어렵다. 그만큼 지난 19대는 ‘의회 독재’로 불릴 정도로 최악이었다.

선거에 재미를 붙인 듯 정국을 곧바로 대통령선거 국면으로 이어간다거나, 정계개편 운운하며 다시 파워게임식 ‘새 판 짜기’ 충동은 경계해야 한다. 그런 행태야말로 정당정치의 파멸을 불러오는 악수가 될 것이다. ‘정치인만을 위한 정치’는 더 이상 용납받을 수 없다. 이번 총선 막바지에 여당과 야당은 무릎꿇기, 절하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경제를 살리겠다’가 아니라 ‘잘못했습니다’가 선거 구호가 된 듯한 민망한 풍경이었다. 그런 쇼는 이제 모두 끝났다. 당장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상화된 정치를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에 희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