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알리안츠 매각' 쇼크] 고금리 상품 '부메랑'에 자본확충 부담까지…위기의 보험사들
커지는 역마진 부담
금리 6% 이상 보장상품 116조3000억원 달해
IFRS4 2단계 2020년 도입
부채평가 원가→시가 변경…자본금 수십조원 줄어들어
생명보험사들이 이 같은 금리확정형 상품 가입자에게 만기 때 약속한 보험금을 돌려주려면 자산 운용을 통해 그만큼의 수익을 거둬야 한다. 그러나 최근 2년간 국내 보험사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연 4.2~4.3% 수준이다. 보장 금리와 운용자산 이익률 차이만큼 손실을 보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설계사를 동원, 고금리 상품 가입자를 찾아다니며 다른 상품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지만 연 6%대 이상의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 적립액은 여전히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합쳐 116조3000억원이나 남아 있다. 한 생명보험사 사장은 “과거 팔아놓은 고금리 상품 때문에 매년 초에 약 1000억원의 적자를 떠안고 영업을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020년 도입 예정인 IFRS4 2단계는 보험사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IFRS4는 총 43개 국제회계기준서 가운데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2단계 기준서는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말 금감원과 한국회계학회가 연 콘퍼런스에서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시가평가를 반영한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방식을 도입하면 보험 부채가 2014년 회계 기준으로 약 42조원 증가한다는 추산 결과를 발표했다. 보험사들의 자본이 그만큼 줄게 되는 만큼 막대한 자본확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고금리 확정형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보사엔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자본금이 부족하거나 추가로 확충할 여력이 안되는 보험사는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있고, 보험업 건전성 감독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도 나올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상품의 역마진과 IFRS4 2단계는 모든 보험사가 당면한 위기 요인”이라며 “언제든 제2의 알리안츠생명이 나올 수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매물로 나와 있는 PCA생명과 ING생명의 매각이 어떻게 이뤄질지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류시훈/김일규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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